갑질 논란 보도 나온 직후엔 "허위 사실 유포"라더니
추가 보도 잇따르자 닷새 만에 "송구…제 불찰" 사과
여론 악화 조짐에 이재명 "심려 끼쳐 죄송" 고개 숙여
'약 대리 처방' 아니라고 했지만,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터진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황제 의전'과 '법인 카드 사적 사용' 의혹 논란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오락가락 해명'으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김 씨 관련 갑질 논란 의혹은 지난달 28일 SBS가 처음 보도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도청 총무과에 있던 배 씨가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에게 김 씨의 약(호르몬제)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이 후보 부부 속옷 정리 등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SBS 보도 직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배씨의 입장이라며 "공무 수행 중 후보 가족을 위한 사적 용무를 처리한 적이 없다. 허위 사실 유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다분하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전했다.
하지만 배 씨가 A씨에게 "저 때문에 힘드시게 해서 너무 죄송하다. 제가 다 잘못한 일이고 어떻게든 사죄하고 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추가로 공개되자, 민주당은 2일 저녁 "제가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A씨에게) 했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배 씨의 입장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김 씨도 배 씨의 입장문이 나온 지 30분 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있었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송구하다"고 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닷새 만에 사과를 한 것이다.
급기야 도지사 의전에만 쓰게 돼 있는 비서실 법인카드로 소고기 등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이날 KBS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A씨는 "도(道) 회계 규정을 피하기 위해 개인 신용카드로 쇠고기 값을 선결제 한 뒤 이튿날 이를 취소하고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편법을 썼다"고 폭로했다.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결국 이 후보는 3일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며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직원 일탈'로 선을 그었다. 김 씨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해선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했다.
호르몬제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서도 배 씨는 2일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김 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도 3일 기자단에게 "배 씨는 과거 임신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었다"며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 증세를 보여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공지했다. 박찬대 수석대변인도 "김 씨가 약을 먹지 않은 것은 우리가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배 씨가 A씨에게 대리 처방받은 약을 이 후보 자택 소화전 문고리에 걸어두라고 지시한 정황과 대리 처방 의혹이 제기된 시기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4월 김 씨가 의혹이 제기된 약과 같은 약을 6개월 치 처방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김 씨를 둘러싼 갑질 논란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