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가치 산정 위법성 판결 임박
지배구조·IPO 불확실성 해소 기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의 풋옵션 갈등에 분수령이 될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풋옵션 가치 평가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이 첫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교보생명 지배구조는 물론 기업공개(IPO)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기구의 중재에 이어 국내 법원까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교보생명이 그 동안의 잡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날 오후 2시부터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원 2명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의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과거 풋옵션 행사에 따른 기업 가치평가 조작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FI 임직원은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등 부정 공모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5년 9월 말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한 교보생명 주식을 신 회장에게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교보생명이 약속한 시점까지 IPO에 나서지 않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문제는 안진회계법인 측이 교보생명 주식의 1주당 가치를 40만9000원으로 평가하면서 불거졌다. 교보생명과 신 회장은 FI가 과도한 풋옵션을 챙기려 한다며 반발해 왔다.
FI가 원하는 가격대로라면 이들의 풋옵션 지분 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신 회장이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지분을 정리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사이의 대립이 교보생명 지배구조를 흔드는 이슈인 이유다.
이번 법원 결정은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IPO에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사법리스크는 IPO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하려는 회사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사건이 없어야 한다. 실제로 거래소는 교보생명이 청구한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에 대해 기일 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심사를 연장한 상태다.
신 회장과 교보생명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우선 검찰은 회계사와 FI간 부정공모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주요 피고인에 대해 1년에서 1년 6개월의 징역과 추징금 약 1억3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 국제상업회의소도 회계법인이 제시한 평가액대로 신 회장이 풋옵션을 이행하게 해달라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요청을 기각했다. 신 회장이 FI에게 약속한 풋옵션 계약은 유효하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1주당 41만원까지 쳐줘야 할 의무는 없다는 판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 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를 희망했고 IPO가 무산돼 풋옵션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거듭해 온 만큼, 추가적인 법적 분쟁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IPO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