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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책임·물가인상이 자영업자 탓?…외식가격 공표제에 부글부글


입력 2022.02.13 06:21 수정 2022.02.11 16:27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외식 가격 공표 등 시장 감시 강화 예고

외식업 종사자들 “외식업에 대한 이해 결여” 비판

“급격한 임금 인상에 물가 줄줄이 급등 하는데”

한 소비자가 서울 시내의 음식점을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최근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외식가격 공표제’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외식업계에서 ‘어불성설’ 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물가 상승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음에도 방역정책에 이어 또 다시 애먼 자영업자만 잡는다는 것이다.


정부 물가관리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 임금상승,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등 물가상승 요인들이 산재해 있지만 인위적인 물가억제에 집중하고 있고 있는 데다, 정부 부처 내 엇박자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오는 23일부터 ▲치킨 ▲죽 ▲김밥 ▲햄버거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 ▲설렁탕 등 12대 품목 가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가공식품·외식가격의 분위기에 편승한 가격담합 등 불법인상 또는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2월중 공정위 등 부처간 점검과 시장감시 노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농수축산물도 최근 가격상승, 수급불안 품목을 중심으로 품목별 대응도 병행 강화한다.


이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시장 변동성(글로벌 인플레,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물가·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국내 물가 안정과 경제 리스크 관리가 1분기 중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외식물가 공개에 나선 것은 최근 외식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가공식품까지 급등하며 외식가격과 함께 서민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재료비·최저임금 인상 등에 여파로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년동월 대비 3.2% 오른 이후 ▲11월 3.8% ▲12월 3.7% ▲올 1월 3.6% 등 넉달째 3%대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외식물가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정부 발표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복잡하고도 다양한데, 물가상승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결여됐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강압적 정책 방향은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종사자들은 소비자들이 느낄 체감 물가가 실제 발표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외식업에 대한 이해가 빠진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외식업계는 원재료비 및 임금 상승 등으로 메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 업계 본사 관계자는 “최근 외식업계 가격 인상의 원인은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 가격 급등에 있다”며 “외식업체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도 정부는 ‘숲은 보지 못한 채 나무만 보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도 “가격을 어떤 식으로 공표할지 모르겠지만, 가격 공표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외식 업체들이 반드시 올려야 할 가격을 내려 받을지 의문”이라며 “당장 정부 눈치는 보겠지만,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 원성도 거세다.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거야 말로 보여주기식 ‘탁상행정’ 아니겠냐”며 “가격 공표제를 시행하면, 소비자들이 외식업체들이 경기 불황에 따른 어려움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왜곡해 해석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국내외 원자재 가격이 1∼2년 전부터 지속 상승해 온 만큼 국내 물가인상은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뒷북 정책을 펼친다”며 “인플레이션 문제 개입 타이밍(시점)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은행은 돈줄을 조이고, 유동성 회수에 나선 가운데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돈 풀기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반대의 메시지를 내 놓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 1월 기준금리 인상했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이야기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돈을 더 풀어서 경기를 부양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시장에 돈이 풀릴 경우 물가는 자연스럽게 더 오르게 된다. 물가상승은 또 다시 금리인상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전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시적 인플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관리가 가능하지만 미국, 유럽 등 거대 경제권마저 초인플레 시대의 영향권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단기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상승에 대해 모니터링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중요한 것은 외식업체에서 가격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원가가 오른다면 왜 오르는지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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