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
풍선같이 부풀어오른 마음을 어쩌지 헤매고, 그에 베인 상처까지 소중했던 첫사랑의 추억은 각자 모양이 다르지만 누구나의 마음 속에 오랜 시간 박혀있다. '리코리쉬 피자'는 모든게 서툴었던 두 청춘의 평행선이 결국 한 갈래의 길로 가게 되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1970년대로 소환해 낭만과 함께 꽃피웠다.
'리코리쉬 피자'는 사랑에 빠진 소년 개리와 불안한 20대를 지나고 있는 알라나의 뜨거웠던 여름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3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과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다.
16세의 소년 개리는 졸업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사진사 조수로 일하는 25세의 알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직진한다. 작은 동네에서 '별 일 없이 산다'를 실천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알라나는 패기어린 미성년자의 고백을 거절하지만, 사실 싫지 않다. 언니들과 비교되며, 평범한 자신의 모습이 늘 불만스러웠던 알라나에게 자신을 향하 돌진하는 개리는 인생의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알라나는 아역배우로 활동하는 개리의 매니저로 동행하며 가까워지고, 개리가 물침대 사업을 하자 옆에서 도우며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된다. 물침대 사업은 커지고 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쉽게 사랑을 꽃피우진 않는다. 개리보다 나이가 많고 잘 나가는 배우가 알라나에게 고백을 하고, 개리도 알라나가 아닌 자신의 또래 여학생과 교제를 하기도 한다. 미래가 불안한 알라나는 10대들과 함께 어울려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해 또 다시 자기혐오에 빠진다. 두 사람은 계속 서로의 바깥자리에서 빙빙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두 사람이 첫사랑을 지나는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두 사람의 내면에 말을 아끼고, 상황에는 여백을 곳곳에 배치한다. 그리고 이 여백은 1970년도 미국의 광경으로 채운다. 햇빛이 쨍쨍한 여름 날,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상점들, 도로 위를 내달리는 개리와 알리나 등의 모습으로 따뜻한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낭만을 심었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 인기있었던 레코드숍 체인점의 이름인 '리코리쉬 피자'를 영화의 제목으로 한 것부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의도가 진하게 묻어난다.
1970년대 일어났던 미국의 1차 석유 파동이나 당시 미국 사회 이야기를 잘 모르는 국내 관객 입장에서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레트로 감성을 저격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미쟝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개리 캐릭터는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사 개리 고츠먼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극중 이름도 그대로 따왔다. 개리를 연기한 쿠퍼 호프만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로 '리코리쉬 피자'가 첫 데뷔작이다. 알라나 역의 알라나 하임 역시 '리코리쉬 피자'를 통해 배우의 출발점에 섰다. 첫사랑 청춘 영화의 공식처럼 전형적인 미남, 미녀 배우는 아니지만, 꾸미지 않는 말간 얼굴처럼 순수하고 정제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16일 개봉. 러닝타임 13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