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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불 구경 하나”…외식업계, 여야 추경 다툼에 ‘분노 폭발’


입력 2022.02.17 06:20 수정 2022.02.16 16:4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방역지원금 놓고 평행선…“구체적인 액수서 의견차”

여야 정치적 공방으로 피해만 더 누적되는 상황 비판

코자총 “자영업자 처우 개선 안되면 21일부터 24시간 영업”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좌석 간 거리두기 안내문이 놓여 있다.ⓒ뉴시스

여야가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외식업계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강 건너 불 구경’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정부 추경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규모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모두 정부안보다 방역지원금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보면서도,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선 의견차를 보였다.


정부는 기존 안인 인당 300만원을 고수하는 한편, 민주당은 당초 500만원 선으로 소폭 확대하고 대상을 넓히는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000만원으로 보상액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초 여야가 설정한 데드라인인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5일 전 처리는 무산됐다. 달리 말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기회를 또 한번 놓쳐버린 셈이다. 여야는 실패의 원인을 상대방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정치권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와중에도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피해만 더 누적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손실보상 사각지대 보완책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상 기준에 따른 형평성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지만, 여전히 재원 마련에 대한 여야 합의 마저 이뤄지지 않은 채 희망 고문만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민상헌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 공동대표는 “정치권이 ‘핑퐁 게임’을 벌이는 동안 성실하게 세금 내고 고용도 하던 자영업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에 희생한 소상공인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봉필규 한국자영업자노조 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한국자영업자노조 '손실보상 소급적용 촉구 집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를 둘러싼 악재는 갈수록 늘고 있다.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감염자들로 인한 ‘조용한 전파’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다중밀집시설을 이용한 사람들의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9만명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른 매출 피해도 크다.


외식업계 코로나19 충격은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폭이 통계 작성(2009년 6월) 이래 최대폭으로 증가하는 등 말 그대로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들의 위험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문을 닫으라면 닫고, 기다리라면 기다렸는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건 명도 소송장과 각종 압류 독촉장, 체납 고지서”라며 “정부가 K 방역의 이름으로 자영업자에게 진 빚을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2년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대출금리 상승도 큰 부담이니만큼 대출 연장 및 이자 유예 정책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은 지속되고 있다. 코자총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 투쟁을 벌였다. 정부를 향해 ▲영업시간 제한 조치 철폐 ▲매출액 10억원 이상 자영업자 손실보상 대상 포함 ▲손실보상 소급 적용 및 100% 보상 실현 등을 요구했다.


정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날 코자총은 시위에서 주장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겨우 21일부터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24시간 영업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손실 보상을 받기 위한 집단 소송 등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생계를 이어 갈 수 없어 더 이상 법을 지킬 수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극단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은 26명에 달한다. 15일 이후부터는 정부 정책에 반해 24시간 영업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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