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도 외부 행사 無…설 이후 경내서만
선거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 차단하려는 듯
문재인 대통령이 내주에도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오미크론 확산 상황과 더불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현장 방문 일정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내주 일정은 현재까지 내부 일정 두 개 뿐이다. 21일에는 문 대통령이 통상 월요일 오후마다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 22일에는 대통령이 격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다.
추후 상황에 따라 새로운 일정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있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현장 일정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장 방문에 적극적이었던 문 대통령은 설연휴이던 지난달 30일 충북 오송에 있는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공장을 방문한 이후 3주 넘게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불가피한 지방 일정의 경우 영상 메시지 등으로 대체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낙동강 하굿둑이 35년 만에 상시 개방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 영상 축사를 보내는 것으로 참석을 대신했다. 낙동강 하굿둑 상시 개방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부산 사상 지역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했을 때와 2017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의 공약이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평소라면 문 대통령은 해당 보고회에 직접 참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로우키(Low-key)' 행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 발언' 사태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에 윤 후보를 향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제기된 '대선 개입' 비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조사에서도 직무 부정평가 이유에 '대선 개입'이 새롭게 등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에게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40%가 긍정평가했고 53%는 부정평가했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처(24%)'가, 부정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23%)'이 가장 많았다. 부정평가 이유에 '대선 개입(2%)'도 나왔다. '대선 개입' 응답자 비율은 낮지만, 향후 문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표본오차는 ±3.1%p 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4.1%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례적인 탓에 '관권 선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외부 일정 최소화의 배경으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은 2020년 4월 1일 소재·부품·장비 관련 특별법 시행 등과 관련해 경북 구미를 찾았는데, 4·15 총선을 2주 앞둔 시기였다는 점에서 "교묘한 관권 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는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관권 선거를 한 일도 없고, 할 수도 없으며,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전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2016년에 치러진 4·13 총선을 닷새 앞두고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으로부터 선거 지원 행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총선을 나흘 앞둔 4월 5일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 은평구에 방문해 논란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은 50%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논란 등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소추됐다.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총선을 한 달여 앞둔 2월 방송기자 클럽 토론회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정말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은 특정 정당을 공개 지원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초헌법적인 독재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외부 일정과 관련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시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