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TV토론 내내 설전
서로 말 끊고 약점 긁으며 신경전
양강 대결 구도로 압축 흐름 '뚜렷'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경제 분야를 주제로 진행된 첫 법정 TV토론에서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손동작으로 서로를 가리키며 말을 끊고 약점을 꼬집는 등 2시간 토론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TV토론도 양강 대결 구도로 압축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이다.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의 첫 TV토론을 가졌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경제 분야였으나 이재명·윤석열 양강 후보는 주제에 관계없이 시종 거친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쓰리쿠션' 시도, 이재명 '발끈'
"李 방역실패 인정…沈 의견 듣고파"
"내게 다 말하고 다른 사람에 묻느냐"
양강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이른바 '쓰리쿠션' 공격 시도 때 처음으로 충돌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이번 선거 이후에 코로나 대응이 확 바뀐다고 마치 야당처럼 선언을 했다"며 "여당 후보로서도 지금 집권 정부의 방역정책 실패를 인정을 했다는 뜻인데, 심상정 후보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A후보가 B후보에 대한 비판 지점을 열거한 뒤에 C후보에게 동조를 구하는 것은 '쓰리쿠션' 공격이라 해서, 우리 정치에 TV토론이 도입된 이래 종종 사용된 토론 전술 중 하나다.
이에 이재명 후보가 발끈해서 "내가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끼어들었다. 발언권이 인정되지 않자 이 후보는 "나에게 다 물어보고 다른 사람에게 (묻느냐)"라며 "주장을 못하도록 봉쇄를 하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윤석열 후보는 "이야기를 해봐야 본인 이야기만 할 것이 뻔하다"며 "객관적으로 3자 입장에서 (심상정 후보로부터) 말씀을 (듣고 싶었다)"이라고 맞받았다.
'위기의 민주주의' 영화 얘기하다가…
"정치보복하겠단 말, 경제위기 불러"
"부패에 법 적용이야말로 민주주의"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이후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영화 얘기를 하다가 재충돌했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퇴임한 좌파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다룬 브라질 영화로,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다.
이재명 후보는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영화를 봤느냐"며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소리를 하면서 국민을 갈등시키고 서로 증오하게 하면 민주주의의 위기가 곧 경제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는 "내가 안한 (정치보복) 얘기로 저렇게 거짓말을 하느냐"며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를 하면서 한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고 경제발전의 기초"라고 받아쳤다.
갑자기 자신의 부정부패 의혹으로 주제가 튀자 이 후보가 발끈했다. 이 후보가 "답을 하라. 다른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엉뚱한 답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다그치자, 윤 후보는 "내빼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선수 아니냐"고 일소에 부쳤다.
이재명 후보는 "무슨 안한 이야기를 내가 얘기했다는 것인지 말해보라"며 "그것 자체가 거짓말 아니냐. 그런 식으로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공박했다. 윤석열 후보는 "안한 이야기를 가지고 엉뚱한 (말을 한다)"이라며 "국민들에게 물어보라"고 일축했다.
'김만배 녹취록'으로 판넬까지 등장
"정영학 알지도 못해…이재명 측근"
"정영학 본 적도 없다…허위사실"
한 번 '대장동 게이트'가 토론판의 주제로 꺼내지자, 이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의 공방은 주로 '대장동 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전개됐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녹취록을 담은 판넬까지 꺼내들며 윤 후보를 엮으려 들었고, 윤 후보는 그것은 이 후보의 '이재명 게이트'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에 연일 나오는 경기지사 법인카드 공금횡령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하시느냐"며 "여기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 엄정하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민주주의고, 이렇게 해서 사람들의 일할 의욕을 북돋아주는 게 경제발전"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그런 말씀까지 하시니 내가 준비를 해왔던 것을 보여드리지 않으려 하다가 보여드려야겠다"더니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이라는 판넬을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등 김만배 씨의 녹취록에 나온 말들을 낭독하기 시작했고, 이에 윤 후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후 윤 후보는 발언 기회가 돌아오자마자 "김만배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말하는데, 그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측근이고 나는 (김만배 씨는) 10년 동안 본 적이 없고 정영학은 알지도 못한다"며 "내가 듣기로는 끝부분에 가면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만배 씨가 한다고 하는데, 그 부분까지 다 포함해서 (얘기)하는 게 어떠냐"고 받아쳤다.
이에 이 후보도 "측근? 내가 정양학, 그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의심' 발언…두 후보 충돌 클라이막스
"대장동, 검사는 누구 의심해야 하나"
"당연히 이재명 후보를 의심하겠다"
두 후보 사이의 설전은 경기 성남분당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한 상황을 이재명 후보가 직접 해명하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검사는 누구를 의심해야 하느냐'고 묻자, 윤석열 후보가 이 후보를 겨냥해 "당연히 (이재명) 후보님을 의심한다"고 단언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재명 후보가 먼저 "윤 후보가 아무 근거 없이 '모든 자료가 이재명을 가리킨다'고 페북에 써놓았다"며 "국민들을 속인 것인데 사과할 생각 없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윤석열 후보는 "전혀 없다"고 대번에 일축하더니 "대장동이라는 것은 3억5000만 원을 들고 들어간 사람들이 1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번 것"이라며 "그 설계자와 승인권자, 수용권자가 바로 이재명 후보"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녹취록에 나온 이야기인데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는다'더니, 나에 대해서는 김만배가 '나를 괴롭힌 사람이다', 남욱이 '12년 동안 씨알이 안 먹히더라', 정영학이 '이재명이 알면 큰일난다'고 한다"며 "그럴 때 검사의 양심으로 누구를 의심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동안 몇 차례 "대답해도 되느냐"고 물었다가 이 후보의 "하지 말라. 질문 안했다"는 말에 제지당했던 윤 후보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당연히 우리 (이재명) 후보를 의심하겠다"며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치고들어갔다.
이날 주도권 토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서로 상대를 공격하는데 시간 대부분을 사용했으며, 주도권 토론 때에는 최소 두 명의 다른 후보자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막바지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는데 그쳤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양강'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상대로 질문과 공격을 집중했다. 이날 안 후보와 심 후보 상호 간에는 전혀 질문·답변이 오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