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선수노조, 노사단체협약 개정 놓고 대립
사치세, 보너스 풀 등 돈과 얽힌 문제라 타결 쉽지 않아
시범경기 이미 연기..예정한 개막일 지키기 쉽지 않을 듯
노사단체협약(CBA) 개정을 두고 대립 중인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MLBPA)가 락다운(직장폐쇄) 이후 가장 긴 만남을 가졌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는 지난 22일(한국시각) 7번째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지난 협상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10여 분만에 끝난 것과 달리 이번에는 4시간이나 대화를 이어갔다.
길어지는 협상 중에 외부에서는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일시적으로 커졌지만,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더 확실하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MLB 구단들은 CBA 개정 만료 시한인 지난해 12월 2일까지 선수노조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구단 사치세, FA(자유계약) 규정과 연봉 조정, 포스트 시즌 확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양 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FA 계약, 트레이드 등 모든 행정 업무도 스톱 상태다. 당초 17일 시작하려던 스프링캠프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정규리그 개막(4월 1일)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지에서는 “2주 내 타결이 없다면 4월 1일 개막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역시 돈과 관련된 문제다.
핵심 쟁점인 사치세에 대한 논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선수노조는 사치세 기준을 크게 높여 각 구단들의 적극적인 투자 유도를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또 다른 큰 쟁점이었던 서비스 타임(로스터 혹은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일수) 문제는 노조가 한발 물러서 기존 규정을 따르기로 했다. 대신 양측은 FA가 되기 전 성적이나 수상에 따라 일종의 포상금을 선수에게 지급하는 보너스 풀(bonus pool) 신설에 공감했다.
그러나 보너스 풀 규모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기 전의 '보너스 풀'을 1500만 달러(약 179억원)에서 2000만 달러(약 239억원)로 인상했지만, 선수노조 측은 1억 1500만 달러(약 1374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드래프트 제도도 쟁점 중 하나다.
'탱킹'으로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가져가는 것을 방지하자는 의견과 지명 순번을 추첨으로 결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은 4라운드 지명권까지, 선수노조는 8라운드까지 추첨으로 지명 순번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시범경기 일정을 연기한 상황에서 양 측은 이견을 좁히기 위해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돈과 얽힌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정상적인 개막이 어려워지고, 단축 시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단축이 현실화되면 선수들의 연봉도 증발한다. 일례로 8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2년 만에 다시 2000만 달러의 연봉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은 ‘극적 타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