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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식이 이렇게 당했어도...' 아동학대 키우는 사법기관 [김수민의 숨김해제]


입력 2022.02.25 07:02 수정 2022.02.24 17:43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2020 아동학대사례 수 3만905건…오히려 전년 대비 2.9% 늘어

아동학대 반복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사법기관의 '안이한 인식'

아동학대·아동 권리에 대해 책임감 갖고 인식 개선해야…국민에게도 경각심 줄 것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양모 장모 씨가 지난해 11월 26일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다. 법원 앞에서 감형 소식을 전해 들은 아동학대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 입양된 지 271만에 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여아가 숨졌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졌고 아동학대처벌법도 제정됐지만 아동학대 범죄 발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0 아동학대 사례 수는 3만 905건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특히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2020년 총 43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생후 2주 된 아들을 던지고 때려 결국 숨지게 한 친부는 징역 25년형을, 친모는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부부는 폭행당한 아이가 이상증세를 보이는데도 지인을 집으로 초대해 술을 마시고 외출하기도 했다. 또 유튜브로 아동학대 사건 관련 언론 보도를 시청하고 멍 없애는 법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날 다섯 살 조카를 폭행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여성의 조카는 폭행 다음 날 몇 차례 구토를 한 뒤 집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다른 가족이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조카의 몸 곳곳에선 멍 자국도 발견됐다.


이처럼 아동학대 범죄가 반복되는 원인으로는 추상적인 양형기준, 관계 기관의 소극적 대처 등이 꼽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안이한 인식'에 있다. 실제로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결정된 피해아동보호명령 중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청구하여 인용된 건수는 510건이지만 판사 직권으로 인용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했다.


사법기관은 아동학대와 아동 권리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법 집행자의 인식 개선 없이는 아동학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사법기관의 인식 변화는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응당하면서도 강력한 처벌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일반 국민에게도 경각심을 줄 것이다. 다만 처벌 후 남게 될 피해 아동의 삶을 구제하고 지원하는 제도 마련도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더 이상 방치돼 자신의 권리와 행복을 빼앗기는 아동은 없어야 한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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