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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BTS 티켓 한 장에 1천만원…‘플미’ 대신 ‘기부’ 택하는 팬덤


입력 2022.03.09 11:40 수정 2022.03.09 11:4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과열된 예매 열기...불법 티켓 거래로 이어져

팬덤 똑똑하고 가치 있는 소비 추구

SNS 통한 기부 인증·후기 글 잇따라 게시

그룹 방탄소년단이 10일 2년 반 만에 대면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을 개최한다. 워낙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데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대면 콘서트라서 티켓은 부리나케 팔려 나갔다. 과열된 열기는 ‘플미 티켓’ ‘대리 티켓팅’ 같은 불법적 티켓 거래로까지 이어졌다.


ⓒ티켓베이

‘플미 티켓’은 ‘프리미엄 티켓’의 준말로, 원래 가격에 웃돈을 붙여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티켓을 의미한다. 한 사설 티켓 판매 사이트를 살펴보면 이번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티켓은 좌석에 따라 적게는 50만원부터 수백만원, 최대 1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되고 있었다. 실제 해당 콘서트 티켓의 원가는 최고 22만원이다.


해당 티켓 판매 게시물에는 ‘예매처 ID로 상품 전달’ ‘판매자가 입장 도움’ ‘여성 명의’ 등의 키워드가 태그되어 있는데, 이는 어떤 방식으로 티켓을 거래할지에 대한 방법이다. 보통 콘서트의 경우 본인 인증 걸차를 걸쳐 콘서트장에 입장하게 되는데, 티켓을 구입한 사람이 먼저 본인 인증을 한 후 그 표시로 받게 되는 팔찌 등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식이다.


애초에 입장하는 관객의 예매를 업체가 대신 해주는 ‘대리 티켓팅’도 허다하다. 계약금과 함께 예매처의 로그인 정보를 건네주고 어떤 좌석 예매에 성공했느냐에 따라 차등된 수고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플미 티켓’과 같이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만 사실상 예매한 아이디가 입장하는 본인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더 교묘하게 속일 수 있다.


암표매매가 엄연히 법을 위반하는 행위임에도 공공연히 이어져 왔다. 팬클럽이나 행사 주최 측, 또 티켓 예매 플랫폼 자체에서도 암표 거래자를 잡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암표 판매자를 적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온라인 암표 거래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현행법상 ‘현장 판매’를 하는 암표업자에 한해 처벌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플미 티켓을) 사지 않는 것 외엔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이번 방탄소년단 팬덤 사이에선 유의미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팬덤 아미를 중심으로 플미 티켓을 구매하는 대신, 티켓팅에 실패한 금액을 기부하면서 올바른 공연 문화에 앞장서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팅이 모두 마감된 4일 이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기부 후기가 잇따랐다.


“티켓팅 광탈하고 마음이 안 좋아서 온라인 콘서트 결제하고, 그냥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좋게 쓰자는 마음으로 기부함. 우크라이나 힘내!” “티켓팅 성공하지 못한 분들이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 작지만 소정의 금액을 기부했습니다. 같은 아미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티켓은 못 구했지만 자리가 적어서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을 담아 소액이지만 기부해 본다.” “너무 아쉽지만 앞선 콘서트에서 표를 취소하고 코로나 관련 기부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부합니다.” 등의 글과 함께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물론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등에 티켓 비용을 기부하고 있다.


이는 그간 이들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방탄소년단이 보여줬던 가치관과도 맞물린다. 방탄소년단은 시대의 이야기, 세대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메시지를 전달해 온 ‘시대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음악적 메시지를 확장해왔고, 음악과 SNS를 통해 가치관을 나누고 인종차별 반대, 기후 문제 등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앞서 2019년 팬미팅 당시에는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면서 암표로 의심되는 작은 정황이라도 있는 경우 입장을 불허했다. 티켓을 소지하고도 입장을 거부 당한 일부 관객들과의 갈등이 빚어지긴 했지만, 올바른 공연 문화를 만들고,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암표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주목을 받았다.


아티스트의 행보를 따라 이들을 지지하는 팬덤의 똑똑한 소비, 가치 있는 소비문화가 이어지면서 이를 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감탄도 이어진다. 한 대중음악 콘서트 관계자는 “사실 팬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티켓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충동이 강하다. 더구나 요즘처럼 대면이 힘들어진 시기엔 더더욱 그렇다”면서 “여전히 티켓 불법 거래도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지만 올바른 소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조금씩 팬덤 문화가 성숙해진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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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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