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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에 선 아이오닉 5‧EV6…'E-GMP의 힘'


입력 2022.03.16 06:00 수정 2022.03.15 15:2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자동차 본고장 유럽서 주요 자동차 시상식 최고상 휩쓸어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강점도 부각

아이오닉 5(위)와 EV6. ⓒ현대차/기아

내연기관자동차 시대에 ‘발 빠른 추격자’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이 다같이 비슷한 출발선상에 선 전기차 시대에는 ‘선도자’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의문부호가 가득했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그리고 이들 전용 전기차의 기반이 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대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호평과 함께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5와 EV6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유럽 내 각종 자동차 시상식에서 수상을 휩쓸며 최고의 전기차로 인정받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7월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 익스프레스(Auto Express)’가 선정한 2021 올해의 차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독일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선정한 2021 독일 올해의 차, 2022 영국 올해의 차 및 최고의 패밀리카 등 각종 시상식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했다.


아울러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Auto Bild)’와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은 아이오닉 5를 각각 2021 최고의 수입 전기차, 최신 전기차 비교평가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이오닉 5의 미래적인 디자인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인 ‘카 디자인 뉴스(Car Design News)’는 아이오닉 5를 2021 최고의 양산차 디자인으로 선정했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는 아이오닉 5에 자동차·운송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아이오닉 5 최근 글로벌 수상 현황. ⓒ현대자동차

최고 전기차를 가리는 평가에서 아이오닉 5의 가장 큰 경쟁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플랫폼을 장착한 형제차 EV6였다.


EV6는 아이오닉 5보다 유럽 출시가 늦긴 했지만, 수상 경력은 아이오닉 5 못지 않게 화려하다. 2021 독일 올해의 프리미엄 자동차에 선정됐으며, 영국의 세계적인 자동차 매체인 ‘탑기어(TopGear)’ 선정 2021 올해의 크로스오버, 영국 ‘왓 카(What Car?)’ 선정 2022 올해의 차 및 올해의 전기 SUV에 등극했다.


유럽 자동차 시상의 최고 영예인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차지한 것도 EV6였다. 약 60년간 이어진 유럽 올해의 차는 유럽 전역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시상식 중 하나로, 여기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유럽 최고의 자동차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상식에는 아이오닉 5도 7개의 최종 후보 중 하나로 올라 EV6와 경쟁을 펼쳤다.


아이오닉 5와 EV6는 다가오는 4월 13일에 결과가 발표되는 2022 세계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도 나란히 올라 있다. 유럽에서는 EV6의 승리로 끝난 형제 대결이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다.


EV6 최근 글로벌 수상 현황. ⓒ기아

유럽은 자동차의 본고장이자 전기차 전환의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이기도 하다. IEA의 집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지난 1년간 약 230만대의 전기차가 새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신차 등록 대수(약 1175만 대)의 19.5%에 달하는 양이다. 신차 5대당 1대꼴로 전기차가 판매된 셈이다.


유럽은 100년을 넘는 자동차 산업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고, 빠른 전기차 전환 속도에 따라 다른 지역 브랜드들도 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품질에 대한 평가가 까다롭기로도 유명하다.


이런 유럽 무대에서 아이오닉 5와 EV6가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완성도와 상품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적용된 혁신 기술. ⓒ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5와 EV6의 성공적인 데뷔로 이들 전기차의 기술적 기반이 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도 주목받고 있다.


E-GMP는 전용 전기차에 걸맞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 성능, 실 사용성을 고려한 주행 가능 거리와 효율적인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등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담고 있다.


E-GMP의 구조적인 특징은 앞뒤 바퀴 사이의 바닥에 무거운 배터리를 넓고 평평하게 배치한 덕분에 무게 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바닥이 고르고 넓은 실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부피를 많이 차지했던 엔진, 변속기, 프로펠러 샤프트, 배기가스 계통의 부품 등이 필요 없기 때문에 최적화된 설계로 차의 공간을 더욱 폭넓게 쓸 수 있다.


차의 무게 중심이 낮으면 고속 주행이나 역동적인 코너링 상황에서 차의 움직임도 한결 안정적으로 변한다. 아이오닉 5와 EV6는 이러한 설계에 차의 특성에 맞는 서스펜션 세팅을 더해 각각 편안하고 안정적이되 민첩한 주행 특성을 갖출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효과는 아이오닉 5와 EV6를 실제로 시승한 유럽 기자들의 평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독일 ‘아우토 빌트’는 EV6를 시승했을 때 “차의 움직임, 조향 감각, 서스펜션 등이 적절하고 완벽하게 조율됐다. 운전하는 재미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5대의 전기차를 비교 평가한 ‘아우토 자이퉁’은 “아이오닉 5의 주행 안정성은 최고 수준이다. EV6는 스포티한 섀시 튜닝 때문에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핸들링 성능이 돋보인다”라고 언급했다.


유럽 올해의 차 심사위원단 역시 “EV6는 다른 전기차와 비교할 때 차체 롤링이 적고 핸들링이 활기차며 스티어링은 민첩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느낌이 든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아이오닉 5 충전 모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 EV6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전기차를 대용량 보조 배터리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다. E-GMP에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 배터리를 모두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충전 시스템(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이 적용됐으며, 이를 통해 별도의 어댑터 없이도 차의 전력을 외부 기기에 공급할 수 있다.


V2L을 활용하면 최대 3.6kW의 전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각종 가전 기기를 연결해 야외 활동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의 배터리가 100% 충전돼 있을 경우 17평 에어컨과 55인치 TV를 24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을 정도다. 이뿐 아니라 충전이 필요한 다른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E-GMP의 혁신적인 특징 중 하나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덕분에 약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초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사용자에게 빠른 충전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E-GMP에는 초급속 배터리 충전을 위해 충전 시 배터리를 포함한 차의 각종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배터리의 온도에 따라 충전 전류를 최적화하는 등 충전 성능을 극대화하고 배터리의 내구성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초급속 충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50~100kW급(400V) 전기차 급속 충전기보다 높은 전력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350kW급 초급속 충전기가 필요하다.


EV6 충전 모습. ⓒ기아

다양한 충전상황을 고려한 범용 기술 탑재도 E-GMP의 장점이다. 기존의 50~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대개 400V의 전압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기존 급속 충전기를 연결했을 때 구동용 전기 모터 내부에 통합된 인버터를 통해 800V로 전압을 높인 후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전기차 사용자는 별도의 어댑터를 장착할 필요 없이 다양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E-GMP의 구동용 전기 모터. ⓒ현대자동차그룹

전기 모터 역시 스마트하게 제작됐다. E-GMP의 구동용 전기 모터는 직류(DC)와 교류(AC)를 전환하는 인버터, 자동차 바퀴의 회전수에 맞게끔 전기 모터의 회전수를 낮추는 감속기 등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구조적으로 훨씬 작고 간단하며 가볍게 만들어졌다. 이는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차의 중량을 낮추는 것은 물론, 배터리 장착 공간을 더욱 여유롭게 확보하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


E-GMP에는 추운 겨울철에도 배터리 성능을 유지해 원활한 충전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승온 히터도 적용됐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통해 충전과 방전(사용)을 반복하는데, 겨울에 기온이 낮아지면 전해질이 굳어져 충·방전 성능이 저하되면서 충전 시간이 길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E-GMP에는 충전 시 배터리 온도를 순간적으로 높여서 전해질이 굳지 않도록 해주는 승온 히터가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E-GMP는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채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패키징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배터리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하이니켈 소재가 쓰였다. 아울러 배터리 충·방전 시 배터리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 주행 거리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제어 기술도 적용됐다.


구동 모터에 헤어핀 권선 기술을 적용하고, 모터의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유냉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동 모터 자체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4WD 전기차의 전륜 구동 모터에 적용된 감속기 디스커넥터 기술은 전륜 모터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0.4초 만에 구동을 차단해 효율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약 6~8%의 주행 가능 거리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E-GMP를 기반으로 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더욱 다양하게 구성할 예정이다. 차의 목표 성능과 차급에 따라 전기 모터의 배치(2WD/4WD)와 배터리의 확장 여부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E-GMP의 강점을 활용하면 소형부터 대형 차급에 이르는 전기차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


기존 플랫폼 단위 전기차 개발과 2025년 이후 도입되는 통합 모듈러 단위 전기차 개발 방식 비교. ⓒ현대자동차

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E-GMP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배터리 및 전기 모터의 모듈화를 완성해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IMA(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전기차의 성능과 수익성까지 높일 계획이다.


IMA 체계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E-GMP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eM 플랫폼으로 대체된다.


eM 플랫폼의 개발 목표는 ▲현재 전용 전기차 대비 주행 가능 거리 50% 이상 개선 ▲최고 수준의 전비 효율 유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실내 공간 활용성 개선(B 필러를 없앤 양문형 도어, 1열 스위블 시트, 2열 시트 롱 슬라이딩)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본 적용 ▲내장형 공기청정 시스템 등이다.


이런 기술 적용을 통해 eM 기반의 전기차는 우리가 익히 알던 자동차의 모습을 벗어나 혁신적인 미래 모빌리티로 거듭나게 된다.


E-GMP 및 eM 플랫폼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각 11종,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며,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 도합 307만 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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