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차원에서 "시대적 흐름" 분석
2018년 '삼성전자효과' 기대 목소리도
국내증시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리스크로 하락세를 타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잇따라 주식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을 낮추면 소액 주주 접근성을 높여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액면분할을 시행하는 상장사가 어느 때보다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학개미 열풍이 서서히 식고 있지만, 크게 늘어난 소액주주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 방법으로 액면분할 카드를 쓸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신영와코루는 전거래일 보다 3000원(2.26%) 오른 13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영와코루는 지난 10일 10대1 비율의 주식 분할을 결정한 당일 5.58% 급등한 이후 상승세 타고 있다.
신영와코루는 유통주식수 확대를 위해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분할하는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고, 발행주식총수는 90만주에서 900만주로 늘어났다. 앞서 F&F, 한미반도체, 신세계인터내셔날, 아세아시멘트 등 8개 기업이 액면분할을 공시했다.
액면분할은 주식을 쪼개서 액면가를 낮추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액면가 1000원인 주식을 10대 1로 분할하면 액면가 100원 주식 10주가 된다. 액면분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 부양이다. 당장 유동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장사 액면분할 증가세…주가부양 의지 천명
최근 액면분할로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내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액면분할 공시 건수는 2020년 16건에서 2021년 24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들어서면 9건을 기록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올해 액면분할 바람이 '삼성전자 효과'가 나타난 2018년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제주'로 불렸던 삼성전자가 2018년 3월 50대1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탈바꿈했고, 그 해 35건의 액면분할 이뤄졌다.
2017년 말 14만명이던 삼성전자 주주수는 2020년 말 214만명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 말에는 504만 명까지 불어났다. 동학개미 열풍과 '액면분할의 힘'으로 국민 10명 중 1명이 삼성전자 주주가 된 셈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가를 띄울 수 있는 액면분할을 시행하는 상장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는 대부분 단기에 그치고, 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인은 결국 영업 성과와 재무 건전성이라고 지적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5년 10대1의 비율로 액면분할했던 아모레퍼시픽과 2018년 5대1의 비율로 액면분할한 휠라홀딩스 모두 신주가 발행된 뒤 단기적으로 주가가 강세였다"면서 "액면분할이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의 모멘텀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액면분할이 기업가치 상승?…의견 갈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액면 분할이 일종의 시대정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주주들을 사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 대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면서 "ESG 경영 트렌드가 회사 경영진의 변화를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액면분할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가치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50만달러를 돌파한 것이 상징적 사례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는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18일에는 51만2991달러에 마감했다. 주당 한화로 6억원이 넘는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 중 하나로 꼽힌다.
버핏은 앞으로도 해당 주식을 액면분할 하지 않고, 성장 잠재력을 보고 주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한다는 철학을 설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높은 주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가치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