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금융통화 정책 실무 겸비
청와대· 尹 충돌...청문회 통과 ’적신호‘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가 드디어 결정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약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사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 통과 난항이 우려된다.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도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사태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은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명했다고 밝혓다. 청와대는 “이창용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친 경제 전문가로 금융통화 분야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는 경제재정과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탁월한 글로벌 네트워크 감각으로 차기 총재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과거에도 한은 총재 물망에 올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고사해왔지만, 은퇴를 앞두고 고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이같은 후보 지명을 두고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혀 청문회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적으로 청문회 일정이 20일 넘게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신임 총재가 내달 1일부터 바통을 이어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총재가 다음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주열 현 총재의 임기는 이달말까지다.
총재 자리가 빌 경우 일단 한은은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도 겸하는데, 총재 공석 상태에서는 한은법에 따라 금통위원 중 한명이 직무대행으로서 의장 역할을 맡는다. 현재 서영경 위원(2021년 10월∼2022년 3월)이 맡고 있고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이다. 이에 따라 4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결정 등이 안건을 주상영 의장 직무 대행 체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 총재 퇴임 직후 공백없이 4월 1일 새 총재가 취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 합의로 청문회 개최를 최대한 서둘러야 내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부터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 기관인만큼, 총재 공백에 따른 통화정책 결정 차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시장은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1.75~2.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