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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새 정부도 재정 금융지원 확대 추진…총재 공백 우려 기우”


입력 2022.03.23 16:38 수정 2022.03.23 17:04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이주열 한은 총재 송별 기자간담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송별 간담회서 8년의 임기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는 새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묻는 질문에 "새 정부도 코로나19 피해 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 금융지원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날로 높아지면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총 80차례에 가까운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2년 새 벌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발발로 인한 통화정책과 경제 위기대응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평가는 시간을 가지고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에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총재로 임명됐다. 이후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 차례 연임하며 총 8년 간 중앙은행 수장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이끌었다. 이 총재의 퇴임은 오는 31일이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요지.


-새 정부 들어 대출규제 및 재정지출 완화 등 긴축기조를 강하게 끌고 가기 어렵다는 전망에 대해 동의하나.

▲이런 의견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전에도 정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간의 조합은 정책 결정 당시 금융 경제 상황이 어떻냐에 달려있다. 최근 2년새 코로나19 대응과 회복 과정에서 정책운용을 뒤돌아보면 위기 발생 시에는 경기 충격이 워낙 커서 시장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통화와 재정, 거시건전성 정책 모두 완화적이고 확장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날로 높아지면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서 전반적인 완화정도 조정해나가는 게 맞고, 재정 금융정책은 취약부문에 대해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인용해 왔다. 새 정부도 코로나19 피해 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 금융지원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과격한 금리인상을 시사했는데 국내 기준금리도 이에 맞춰 올려야하나.

▲미국 통화정책은 글로벌 경기나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인상 속도에 따른 파급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통화정책은 1차적으로 자국의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해 운영하는 것으로, 미 연준의 결정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곧바로 인상횟수를 한은 통화정책에 직접적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경기 회복세가 변수가 있긴 하지만 금융불균형 위험은 여전히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화정책 완화정도는 계속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어느 정도의 속도로 조절해나갈지는 소위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경제 상황 등을 잘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다.


-금통위 이후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경제성장 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은 없나.

▲2월 전망 때 경제 성장률을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예상했다. 그 당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긴장 관련해서 무력 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성장과 물가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런데 곧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다. 전제보다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국내 수출기업 등에서도 애로사항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상황 전개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짚어보고 살펴봐야 하지만 전쟁 반발하고 4주 지난 시점에서 보면, 국내 물가에는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 줄 것 같다. 성장에도 상당한 부담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8년 동안 한은 총재로 재임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최근 2년 간의 통화정책결정 회의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금까지 총 80차례에 가까운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주재했는데 어느 것 하나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았던 회의는 없었다. 잘 아시다시피 통화정책은 파급 시차 때문에 선제적으로 움직여하는 태생적 어려움이 있는데, 국내외 환경이 비경제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불확실성이 상시화됐다.


기억에 남는 일은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위기대응과 이후 정상화 시동을 거는 과정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통위 위원들과 임직원들,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및 관계기관장들과 긴박하게 협의하고 토론했다. 고심의 산물로 전례없는 정책수단을 동원했고, 그 정책대응이 효과를 나타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진전되고 경제회복이 가시화됐다.


지난해 8월부터 경제 정상화를 위해 시동을 걸었고 지금까지 이어오는 과정을 비롯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왑을 체결 등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매파인가, 비둘기파인가.

▲통화정책은 경기 흐름이나 경기변동, 물가의 흐름, 금융 불균형 위험을 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운용해 나가야 한다. 이에 맞춰 금리를 내리기도 하고 올리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매파인지, 비둘기파인지 규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재임 기간 중 금리 인하 횟수가 더 많았고 그 결과 기준금리 수준이 제가 취임할 당시보다 아래에 있는데, 그만큼 재임기간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고 하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금리인상과 관련해 공과 양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무릇 어느 직책이든 재임 중 실적을 평가해보면 다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제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통화정책 평가는 조금 시간을 가지고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통화정책은 태생적 어려움이 앞을 내다보고 미리 움직이는 것이다. 앞을 내다보는 게 대단히 어렵고, 그렇게 본다 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액션을 취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나름대로 좀 더 적시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어떤 것이 우리경제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까 늘 고민했고 최선의 정책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청와대가 이날 이창용 후보를 차기 총재로 지명했는데 다음 금통위까지 공백우려가 있다.

▲제 전례를 비춰보면 2번에 걸쳐서 청문회를 했는데 차기 총재는 다음 통화정책 회의까지 취임도 가능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 부득이하게 일시적 공백 발생하더라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 기관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차질 없이 수행될 것으로 본다. 총재 공백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통화정책에 차질이라던가, 더 나아가 실기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차기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이창용 후보를 평가한다면.

▲발표된 후임 총재 후보자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분으로써 조언 드릴 내용은 따로 없다.


-지난해 말 한은 노조 설문에서 낮은 임금 상승률 등 내부경영 점수가 부정적이었는데.

▲임금수준과 관련해 직원 불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한은 직원의 급여 수준이 비교가 가능한 여타 기관대비 낮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정부의 공기업 준정부기관 운용지침이 적용되면서 급여수준이 낮게 측정되고 개선시키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재임기간 중에 이를 개선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고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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