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이상직·박덕흠 징계안 표류
"대선 전 처리" 민주당 약속 물거품
여야 원내지도부 교체기, 논의 중단
향후 일정 불투명…새 지도부 결단 필요
국회 윤리특위에 상정된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징계안이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개혁 차원에서 대선 전 처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선 전 처리는 끝내 무산됐고, 이후에도 특별한 움직임 없이 유야무야 시간만 보내는 상황이다.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달 27일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3명에 대한 징계안을 상정하고 1소위와 2소위로 각각 내려보내 논의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정치개혁을 위한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1소위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이 위원장을 맡고 민주당 이재정·최기상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유상범 의원,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등 6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상직·박덕흠 의원 징계안을 심의한다. 2소위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이 위원장을 맡고 국민의힘 이만희·전주혜 의원, 민주당 이정문·최기상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참여하며 윤미향 의원 징계안을 심의하는 구조다.
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유용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등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수감된 상태다. 박 의원은 가족 회사가 피감기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는 지난 1월 세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윤리특위에 권고한 바 있다.
예정대로라면 각 소위에서 빠르게 논의를 끝내고 윤리특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했어야 하나, 대선 전은 물론이고 이날까지 소위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1소위 위원장을 맡은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대선 전 "1소위가 진행되면 2소위도 하지 않겠느냐"며 의지를 보였으나 실제 행동으로 나서진 않았다.
국회 윤리특위 관계자는 "대선 기간이어서 일정을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국회의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도 사실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향후 일정도 기약이 없다. 현재 1소위 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은 곧 사보임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24일 원내대표를 선출하며,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된 이후에야 다시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소위 위원장이던 추경호 의원이 인수위에서 역할을 맡으며 원내수석 직을 사임했고, 송언석 신임 원내수석의 사보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김기현 원내대표의 임기가 4월 말까지여서 결국 여야 새 원내지도부의 과제로 넘어가는 형국이 됐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국회 스스로 제명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섰는데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점만 확인한 셈"이라며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이 끝나고 사안이 붕 뜬 형국인데,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동료 의원을 제명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송영길 전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제명을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