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주식펀드 6개월간 883억 유입
채권펀드도 한달간 765억 자금 몰려
“ESG펀드 공시 강화...투명성 개선”
예측불가의 깜깜이 증시로 투자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에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외부 변수 속 자본시장의 긴장감 확대가 불가피해졌지만 ESG는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일 기준 50개의 ESG주식펀드에는 최근 6개월간 883억원의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ESG주식펀드는 금리 인상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증시가 급격하게 조정을 받은 연초 이후에도 33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 됐다. 1년 기준으로는 5285억원이 유입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17개의 ESG채권펀드에선 6개월간 1924억원의 자금이 이탈했지만 한달 사이에 765억원이 들어오며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1년 동안에는 1조8058억원이 유입됐다.
ESG주식펀드의 상품별 수익률을 보면 ‘트러스톤ESG레벨업증권자투자신탁[주식]I클래스’의 최근 1년 수익률이 8.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슈로더글로벌지속가능성장주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종류W’(6.03%), ‘삼성유럽ESG증권자투자신탁H[주식]Cf’(5.76%), ‘한화ARIRANGESG우수기업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4.16%), ‘KB글로벌ESG성장리더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H)C-F’(3.30%) 순이다.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ESG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116개로 전년 말(60개) 대비 56개가 늘었다. 국내 ESG펀드 순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146.94% 증가한 7조906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국내주식형 펀드로 한정할 경우, 일반펀드는 규모가 축소된 반면 ESG펀드는 성장을 이어나갔다. 국내주식형 일반펀드의 작년 하반기 순자산 규모는 58조1628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14% 감소했지만 국내주식형 ESG펀드는 20% 증가한 3조4232억원을 기록했다. 또 하반기에 국내주식형 일반펀드는 4조3034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반면, ESG펀드로는 약 373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ESG펀드는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국내주식형 ESG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하락장 속에서 수익률 마이너스 3.30%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이는 코스피 대비 6.38%p, 코스피200 대비 6.87%p의 초과 수익률이다. ESG펀드 중에서도 친환경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친환경 테마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수소경제·친환경차·탄소배출권 등 여러 테마의 친환경 ETF가 출시되고 투자 전략이 다양해진 만큼 향후에도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펀드 공시 투명성 개선 등 규제 환경 변화도 긍정적이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유럽에서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이 시행됨에 따라 ESG펀드의 재정의·재분류가 이뤄지고 있고, 국내에선 기존에 대동소이 했던 ESG펀드의 투자 전략이 점차 세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ESG펀드 공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ESG펀드의 투명성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 조정 속 ESG 펀드 비중이 높은 기술주들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오광영 신연증권 연구원은 “ESG 펀드 보유 종목 중 정보통신(IT), 헬스케어 등의 기술주 비중이 높은 점, ESG 펀드의 러시아 기업 투자 논쟁도 불거져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ESG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신념이 있는 투자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순한 관심 또는 우수한 성과 때문에 관심을 보였던 투자자도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돼 투자자 행태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