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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의 그늘…사라진 카드설계사 [이세미의 슛오프]


입력 2022.03.25 07:00 수정 2022.03.25 05:1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2019년 1만1382명→2월 말 8139명 축소

비대면 금융 전환, 코로나19 직격탄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서 밀려

ⓒ뉴시스

한때 길을 걷다보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카드설계사들이 언제부턴가 보기 힘들어졌다.


업계에 알아보니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설계사는 지난달 말 기준 8000여명이라고한다.


한창 때는 수만명에 달하던 카드설계사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급감한데다 지금도 해마다 줄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카드설계사들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포화상태였던 시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대면 형태의 카드설계사를 찾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직접 원하는 카드를 고르는데에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 심지어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카드를 발급하면 현금이나 포인트 혜택이 넓은 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부추긴다.


카드사들은 디지털화 강화를 시도하며 오프라인을 통한 카드 발급을 자연스럽게 줄여 나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5년 6.3%에 불과하던 온라인 신규발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2.6%로 약 7배나 증가했다.


물론 카드설계사들도 디지털 금융 시대로의 전환 등 업계 환경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업행위에서만큼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다. 설계사들은 그들이 빅테크·핀테크 업계와 비슷한 형태인 카드발급을 위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적용 받는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정부규제로 카드설계사들은 여러 카드사들의 상품을 취급하는 교차모집이 제한돼 있고, 가입자에게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현금 포인트 등 캐시백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카드설계사 스스로 더 이상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을 펼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많은 카드설계사들은 자신의 업종이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도 정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만난 카드설계사 A씨는 “긍지를 가지고 일했던 많은 동료들이 떠나고 있다”며 “대면영업이 어려워지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카드가입이 확대되면서 점점 영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카드사설계사들은 영업현장을 떠나 보험설계사로 이직하거나 다른 일거리를 찾아 업계 이탈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 한때 카드업계의 부흥에 공헌했던 카드설계사들이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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