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마중나온 文, 활짝 웃으며 인사
함께 과거 회상…시종일관 화기애애
반주 곁들이며 2시간 36분 저녁식사
"두 분이 서로 너무 존중하시는 느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9 대선 19일 만인 28일 만찬을 가졌다. 역대 정권 이양기 중 가장 늦은 시점에 만남이 성사되며 '신구권력 갈등'이라는 시선이 제기됐던 것에 비해 이날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6시 윤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1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건물 밖으로 나와 윤 당선인을 마중나와 있었고, 차에서 내린 윤 당선인과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눴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잘 계셨죠"라 인사를 하자 문 대통령이 "예, 예"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만찬 회동에 함께 배석했던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는 등 사적인 인연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두 인사는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이 여민관을 바라보며 "이 쪽 어디에서 회의를 한 기억이 있다. 문 대통령을 모시고 회의를 했었나"라 기억을 곱씹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실제 윤 당선인은 지난 2020년 6월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여민관에서 열렸던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만찬 회동이 당시 회의 이후 두 인사가 1년 9개월여 만에 만난 첫 번째 자리이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나란히 녹지원을 가로질러 만찬이 준비된 상춘재로 향했다. 녹지원을 지나는 길에 문 대통령이 한 소나무를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 최고의 정원이다. 이 쪽 너머는 헬기장"이라며 안내를 했다.
상춘재 앞에 도착한 문 대통령이 "저기 매화꽃이 폈다"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이 상춘재 왼쪽에 있는 나무를 보고 "저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산수유"라 소개하기도 했다.
상춘재(常春齋) 현판을 두고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향해 "항상 봄과 같이, 아마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라며 "청와대에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다.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고, 윤 당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이후 상춘재로 들어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주꾸미·새조개·전복이 들어간 계절 해산물 냉채,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진지, 봄나물비빔밥,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과일, 수정과,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탕평채, 더덕구이를 메뉴로 만찬을 진행했다. 레드와인을 마시며 반주를 곁들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만찬 회동 자체는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함께 배석했던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회동 직후 취재진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고, 정당 간에 경쟁은 할 수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 말했다"며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며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니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 나가겠다,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나눴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각자 키우고 있는 반려견의 이름이 '토리'로 같아 화제가 된 바 있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도 반려견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장 비서실장은 "두분이 서로 너무 존중하시는 느낌이었고,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현 정권과 차기 정부의 정권 인수인계를 정말 원활하게 해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라며 "언론이나 국민들이 느끼시는 갈등이나 이런 것들을 오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에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 비서실장은 "서로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나 그런 얘기들을 나눈 기억도 없다"며 "왜 만남이 늦어졌을까 생각이 들 만큼 두 분이 의견의 다름 없이 국민을 위하자는 말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