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으로 SEC 과태료 지적 쏟아져
구현모 “재발 방지 최선…죄송스럽게 생각”
“KT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퇴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구현모 KT 대표가 3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날선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도마 위에 오른 건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과태료 부과 건이다. SEC는 KT 임직원들이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문제 삼고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KT는 SEC와의 합의를 통해 총 630만 달러(약 75억원)의 과태료와 추징금을 내기로 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 첫 사례다.
주총장 안팎은 이를 비판하는 노동조합과 주주들의 항의로 소란스러웠다. 주총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고성이 거듭 오가면서 의사진행이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약 1시간 20분여간 진행된 이날 주총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통과부터 순탄치 않았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SEC 과징금 부과는 손실충당부채로 인식됐느냐”며 “해당 건 관련 감사를 실시했는지, 향후 조치는 무엇인지 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구 대표는 “SEC 과징금은 2021년 재무제표에 합리적 추징금이자 충당 부채로 반영됐다”며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문제되는 기부금들에 대해 검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직원 교육을 강화해 중요성과 관련 법률, 해외 규정, 회계처리 등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 대표는 해당 건이 오래 전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회사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늘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구 대표의 답변에도 장내는 가라앉지 않았다. 구 대표가 의사진행을 재개하자 항의가 쏟아졌다. 이에 구 대표는 “아 답변 한다니까요. 지금 질문을 많이 하셨잖아요. 저도 정리를 해야 답변할 것 아닙니까.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거 하고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본인을 KT 직원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통신장애 건을 지적했다.
그는 “현장서 죽어라 일하는 직원으로서 선배께 질의 드린다”며 “통신대란이 났을 때 현장서는 막느라 죽는 줄 알았고 현재는 (고객들의) 인터넷 해지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SEC 과징금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회사 발전과 정상화를 위해 사퇴할 생각은 없으신가”라고 일갈했다.
이에 구 대표는 “현장 직원들의 고생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도 직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저도 조합원이었던 때가 있고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EC 합의는 회사의 이익을 고려해 혐의사실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을 전제해 합의한 것”이라며 “전제조건을 포함해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제재 수준이 높아질 위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