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문제로 2020년 11월 이후 자숙하던 홍진영 측에서 얼마 전 복귀 입장을 냈다. 4월에 신곡을 발표하며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소속사는 ‘대중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드린 자신의 과오와 불찰에 대해 속죄를 하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복귀를 결정’하게 되었다며, ‘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수의 길을’ 걸어가고, ‘희망을 전하는 가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년 4개월 정도 자숙했기 때문에 기간으로만 보면 짧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여론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일단 이번 복귀 발표에 나온 논리가 공감을 사기 어려웠다. ‘과오와 불찰에 대해 속죄하는 심정’으로 복귀를 결정했다고 했는데 보통은 과오에 대한 속죄로 자숙을 결정한다. 반면에 홍진영 측은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연예인 활동을 하겠다는 논리다. 선한 영향력과 대중의 희망이, 자숙했던 홍진영의 활동 명문으로 타당한가 하는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 부분이다. 연예인의 자숙기간은 객관적 기준이 없고 대중 정서법에 의해 그때그때 좌우되는데, 이 정서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로 거짓말이다. 대표적으로 신정환이 도박 그 자체보다 거짓말과 태도 문제 때문에 더 대중의 분노를 샀다.
홍진영은 이미 2013년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학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따겠느냐”며 항변했다. 당시 홍진영의 태도가 너무나 당당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리고 7년여 간이나 세상 사람들을 속이며 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그때 그렇게 홍진영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에 지금 속았다는 공분이 더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보통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동정심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자숙기간에도 지분 매각으로 50여 억 원을 벌었다는 보도가 나와서 더 동정여론이 줄어들었다.
똑같이 부당하게 학위를 따거나 학력위조를 해도 그것 때문에 얻은 이익이 경미하다면 상대적으로 괘씸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홍진영은 박사 타이틀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고 그게 가수로서 뜨는 데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표절의 이익이 큰 편이다. 홍진영이 그렇게 행사 자리와 방송 패널을 휩쓰는 동안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밀려났을 것이다,
2020년 말에 본격적으로 표절논란이 터졌을 때도 홍진영의 대응은 솔직하지 못했다. 의혹을 무시하고 활동을 이어가더니 ,'최선을 다해 논문을 만들었지만 비난 받아 속상하고 답답하다‘는 식으로 항변하며 학위를 반납하겠다는 억지 논리도 펼쳤다. 그리고 가족과 예능출연을 이어가 더 큰 공분을 초래했다.
결국 조선대 측에서 2020년 12월 15일에 표절이 맞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후에야 홍진영은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당시 “조선대학교 측의 표절 잠정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이건 본인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게 아니어서 이 역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렇게 거짓과 부적절한 태도가 쌓여서 지금 홍진영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단순 표절이 아니라, 박사 학위를 받는 데에 아버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학위를 받기까지의 학업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혹까지 나오면서 이것이 공정 이슈로까지 비화했다.
대중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거짓말, 태도, 공정, 그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엮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속죄하는 심정으로 복귀해 선한 영향력과 희망을 전파하겠다고 하니 부정적인 여론이 나온다. 홍진영은 과연 이 상황을 정면돌파할 수 있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