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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쌍용차 M&A…고래 삼킬 자금동원력 관건


입력 2022.04.07 12:16 수정 2022.04.07 12:16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KG그룹·쌍방울그룹·이엔플러스 등 속속 출사표

5천억원 인수 자금 외에 운영자금까지 1조원대 자금 동원 필요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가 쌍용차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 작용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국내 기업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보이면서 매각 흥행 조짐이 일고 있다. 쌍방울그룹, 이엔플러스, KG그룹 등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며 인수전이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들 후보군은 쌍용차를 삼키기에는 덩치가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쌍용차 인수·운영을 위해서는 조 단위 자금이 투입돼야 하지만 자금 조달 계획이 미비해 또 다시 불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KG그룹·쌍방울그룹·이엔플러스 등 속속 출사표

7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재입찰을 앞둔 쌍용차에 대한 인수 의사를 현재까지 밝힌 회사들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다.


이중 KG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합으로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한 바 있다.


KG그룹은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모태로, 다양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KG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 할리스커피 등을 인수하며 화학, 프랜차이즈업, 철강업 등으로 사업군을 넓혀왔다.


쌍방울그룹은 특수장비자동차 계열사 광림을 중심으로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고, 소방차 제조회사 이엔플러스도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계약이 불발된 에디슨모터스도 금호에이치티를 새로운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등 쌍용차 인수 의지를 아직까지 꺾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러나 연간 매출 2조원대의 쌍용차를 삼키기에는 자금력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규모가 영세해 쌍용차 인수부터 정상화까지 뚝심있게 끌고 갈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쌍방울그룹은 기존 에디슨모터스에 비하면 기업 규모가 크지만, 그렇다고 자금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컨소시엄의 주축이 될 광림은 지난해 매출액 18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의 실적을 냈다. 재무적 투자자(FI) 유치가 관건이나 쌍용차의 인수비용과 운영자금을 책임질 만한 큰 손을 빠르게 영입할 수 있지는 미지수다.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554억원에 불과했던데다,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인수 가능성이 가장 낮게 점쳐지고 있다. 인수 자금 조달은 물론,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해 나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KG그룹은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군 중 자금력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KG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3600억원으로, KG ETS 매각 자금 5000억원까지 확보하면 쌍용차 인수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000억원대 인수 자금 외에 운영자금까지 1조원대 자금 동원 필요

그러나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계약 당시 적어냈던 3049억원 이상을 실제로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디슨모터스는 3049억원을 제시하고도 회생담보권(2320억원)과 조세채권(558억)을 변제하는 데 대부분을 사용하고 회생채권에 대한 현금 변제는 1.75%만 하겠다는 회생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채권단의 반발을 샀다.


채권단의 요구대로 변제율을 50% 이상으로 올리려면 25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5000억원대의 인수 대금을 제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인수 완료 후 소요되는 운영자금까지 고려하면 도합 1조원대 자금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수 후보들의 재무 상황을 따져보면 이를 감내할 만큼 자금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인수 후보 대부분은 쌍용차 미래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 없이 뛰어든 상황이어서 본입찰에서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쌍용차의 기업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참여했다가 리스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의사를 철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쌍용차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더라도 그 사이 기존 내연기관차 신차를 출시해 모델 노후화에 따른 물량 감소를 보완해줘야 한다.


쌍용차는 완성차 라인업이 티볼리, 코란도,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4종으로 매년 1종씩의 신차 출시가 필요한 데, 이를 뒷받침할 자금동원력이 관건이다. 통상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전기차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수하고 기존의 적자 구조를 개선할 뾰족한 답을 내놔야 하지만 이러한 쌍용차 사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만한 로드맵을 현재 아무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가 쌍용차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인수판 키워

일각에선 쌍용차 인수전에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도전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경기도지사, 평택시장 등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쌍용차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어떻게든 쌍용차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번 인수전에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유승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하고 쌍용차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겠다고 언급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른 도지사·시장 후보 역시 이와 비슷한 경영정상화 약속을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공장 이전과 연계한 부지 재개발 허용, 대체부지 제공 등 원매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조건이 제시되는 한 인수 후보군은 현재 3~4곳 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물밑에서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현재 등장하는 후보군들은 과연 쌍용차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마친 뒤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찔러보는 감'처럼 뛰어들었다가는 에디슨모터스처럼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일단 채권단, 업계가 만족할 만한 자금력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자금력이 통과된 뒤에라야 이후 시너지 등 산업적 효과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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