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확인 없이 이사람 저사람 언급
47일 남기고 후보 둘러싼 혼란 점증
'5인방' 중 한 명으로 거명된 박용만
"출마 생각 없고 가능성 전혀 없다"
6·1 지방선거를 47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가운데, 당사자와 교감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이 마구 언급되는 상황이 혼란을 더하고 있다. 급기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15일 SNS를 통해 유시민 전 이사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했다. 김 의원은 "유시민 작가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겠느냐"며 "서울시장 선거와 지방선거 전체를 순식간에 달궈낼 ICBM 아니겠느냐"고 운을 띄웠다.
이날 김 의원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언급했다. 자신이 앞서 거명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 강병원 의원,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에 이어 '5인방'으로 묶어 지칭하기도 했다.
문제는 당사자의 등판 의사 타진은 물론 아무런 물밑 조율도 없이 거명되는 인사만 늘어나다보니,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후보군을 둘러싼 혼란만 점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석 의원에 의해 거명된 박용만 전 회장은 출마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라는 영역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의사도 없다"며 "(요청이 오더라도) 전혀 생각이 없고 (나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은 "(요청이) 아예 없었다"고도 했다.
유시민 전 이사장도 특별히 본인의 의사를 타진하거나 교감이 있는 상태에서 거론된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관측이다. 김 의원 스스로도 "요사이 전화 안부 한 번 못 드린 처지에 불쑥 공개적 언급이 죄송스럽다"며 "최근 유 선배의 이러저러한 글과 말에서 읽히는 진심 어린 현실정치 거부를 모르는 바 아니다"고 했다.
새로 언급된 김경민 교수는 앞서 거명된 강경화 전 장관, 김현종 전 차장과 같이 선출직 경험이 없고 대중성과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 지방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두고 갑자기 서울시장 선거와 같이 큰 판에 등판시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선출직 경험이 없던 조순 전 경제부총리를 내세워 정원식·박찬종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순 전 총리를 영입해 내세우기 위한 사전 교감과 준비 작업은 심지어 1994년초부터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향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삼으려 했고, 그 때 영입 '0순위'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 조순 전 부총리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1994년초 김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위한 준비기구인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을 창설했을 때, 조순 전 부총리를 고문으로 영입했다"며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좌장인 권노갑 당시 최고위원이 조 전 부총리와 상당 기간 서울시장 출마 문제를 교감하고 준비해왔기 때문에,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갑자기 사람을 띄우려는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부연했다.
송영길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지,
억지로 말 끌어다가 물 먹일 수 있냐"
박주민 "괜찮다고 언급되는 분들,
정작 확인해보면 출마 의사 없더라"
이같은 이유로 '전혀 신인'이 어렵다고 보면 자연히 당내의 시선은 선거에 준비된 후보군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회의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이름이 점점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의장은 직전 대선후보 당내경선을 뛰었기 때문에 각각 대구시장·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든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처럼 '즉시 투입'이 가능한 전력이다. 박영선 전 장관도 불과 1년 전에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뛰었던 만큼, 역시 '준비된 후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본인의 의사가 관건이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치러질 오는 6월 미국행을 예고한 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은 미국 가신다고 했는데 밑에서 이중적 메시지는 모든 국민과 당원을 혼란시킨다"며 "자기가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지, 억지로 말을 끌어다가 물을 먹일 수가 있겠느냐. 이낙연 대표도 반대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이낙연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직접 '읍소'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이 100% 없다"며 "왜 가능성이 없는 것을 가지고 그렇게 상상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일축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예고한대로 오는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서울시장 도전 행보를 공개적으로 전환해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송 전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박주민 의원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박용만 전 회장은 '전혀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래서 의원들이 생각하기로는 괜찮다고 언급되는 분들이 진짜 의사가 있는 것인지 확인이 안되고, 정작 확인해보면 의사가 없다고 알려지기도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주변의 몇몇 분들에게 여쭤보면 뜻이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이) 전략 지역으로 지정돼서 뭘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공천) 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