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조정위 염두해 사보임해놨는데
"표결 앞서 더 시간 갖고 논의하자"
법사위서 90일 숙려기간 묶일 수도
박홍근 "그에 따른 대책 준비돼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법사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의 4월 중 처리에 부정적인 생각을 담은 글을 작성하고 주변의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일각에서 법사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 명의로 유포된 글은 양 의원 본인이 주변의 자문을 구할 의도로 직접 작성한 뒤, 내부적으로 회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은 '검수완박' 법안을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할 것을 주장하는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4월 중 처리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양향자 의원 명의로 유포된 글에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사로, 누구보다 문 대통령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이번 (검수완박) 법안이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표결에 앞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며 "이번 판단이 정치 기반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알지만 양심에 따르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양 의원 명의로 유포된 글을 가리켜 "(본인이 직접 쓴 글로) 그렇게 알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주변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은 공식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양향자 의원이 어떤 입장에 서느냐는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강행처리에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과 관련해 90일의 숙려기간이 필요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면, 제1원내교섭단체에 소속된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들 각 3인씩 동수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 때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도움을 얻어 4대2로 안건조정위를 돌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양 의원이 이러한 계획에 협조하지 않으면 '검수완박' 법안은 안건조정위에 묶이게 되고,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국무회의 심의·공포까지 한다는 민주당의 로드맵은 사실상 무산된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계획에서 법사위 안건조정위 돌파는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라며 "최연장자가 안건조정위원장을 맡는 관례 때문에 국민의힘이 1952년생 한기호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하자, 우리도 1947년생 김진표 의원을 투입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서로 책략과 책략이 교차할 정도로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지고 있는데, 안건조정위 돌파를 염두에 두고 미리 사보임을 해놨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일이 꼬인다"며 "양 의원이 어떤 입장을 정해느냐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 4월 중 처리의 운명이 결정지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안건조정위로 가게 된다면 무소속 한 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에 따른 대책도 준비돼 있다. 현재 무소속이 양향자 의원만 계시는데 또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라"고 말해, 또다른 '책략'이 준비돼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