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후보 김은혜, 유승민 꺾은 이유 '윤심' '경기도 현역'

'민심'에서 뒤졌지만 '당심'에서 압도

김은혜 "당심과 민심 분리되지 않아"

6.1 지방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은혜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에 김은혜 의원이 선출됐다. 초선인 김 의원이 대선주자급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과 경쟁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의중인 '윤심(尹心)'과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현역 의원'인 것 등이 꼽힌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수도권·영남권 광역단체장 지방선거 경선결과를 발표하며, 경기지사에 52.67%(5% 감산 적용)를 얻은 김 의원이 유 전 의원(44.56%)을 제치고 후보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경선결과는 책임당원 선거인단 유효 투표 결과와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각각 50%씩 반영됐다. 여론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이 크게 앞섰지만, 반대로 책임당원 투표에서 김 의원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어떤 후보가 나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 도민들의 지지를 모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취재진과 만난 김 의원은 '당원투표에서 우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질문에 "정확한 수치는 모든 후보에게 공개되지 않아 저도 잘 모른다"면서 "당심과 민심이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표권을 행사한 모든 분들이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두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윤심'이 작용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윤 당선인이) 중립이었다고 생각한다. 추를 기울게 한 것은 민심이었다"며 윤심과 당심뿐 아니라 민심 또한 자신에게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지방선거 공천자를 발표하고 있다. 공관위는 경기 김은혜, 인천 유정복, 울산 김두겸, 경남 박완수 후보를 확정해 발표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입'으로 활약...존재감·인지도↑

김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경기 분당갑 선거구에서 당선돼 국회 입성했다. 거물급 인사인 유 전 의원을 제치고 경기지사 후보에 선출되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원 존재감은 '윤석열의 입'으로 불리면서 뚜렷해졌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선후보 시절에는 선대본부 공보단장을 맡아 소통 창구로 활약했고, 이후 당선인 비서실에서 대변인을 맡으면서 인지도가 더욱 상승했다.

김 의원은 유 전 의원보다 늦게 경기지사 출사표를 던졌다. 경선 초반에는 유 전 의원의 승리가 예상됐고, 이 때문에 김 의원이 '경선 흥행'을 위해 차출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심'을 등에 업고 김 의원은 조직력을 점차 강화했다. 5선 심재철 전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며 김 의원 지지를 선언했고, 김학용 의원도 공천관리위원직을 버리고 김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김은혜 선거대책위원회에는 현역 의원 4명을 비롯해 전직 국회의원 25명 등 총263명이 참여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YTN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한창 뜨는 태양이기 때문에 당원협의회장들, 또한 당원협의회에 영향을 받는 당심 이런 부분들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이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이라는 점도 조직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경기도에 별다른 연고가 없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 승리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굳이 이야기하면 지역에서의 연고지 이점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다만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8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신청자 면접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도지사 공천 면접에 참석한 김은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인사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윤석열 당선자와 대결에서 졌다"
정계은퇴 기로 vs 민심압승 경쟁력 여전

한편 유 전 의원은 패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보처럼 또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며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2016년 진박 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유 전 의원은 "경기도민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할 각오였는데,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면서 "정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기도를 사랑하겠다"고 정계 은퇴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였던 유 전 의원이 초선인 김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치명적인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고 분석한다. 다만 유 전 의원이 '민심'에서 큰 지지를 얻은 만큼 정치적 위상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