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文 뜻 묻겠다"…金은 수리까지 무기한 연가
文, 검찰에 중재안 협력 뜻 내비치며 거취 결정 유보
정치권서 이전과 달리 반려 가능성 적다는 시각 지배적
김오수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제출한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와 검찰을 중심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상황이 진행 중인 만큼, 문 대통령이 당분간 이들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26일 현재까지 김 총창 등 검찰 지휘부의 사표 처리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문 대통령의 출입기자단 간담회 직전 "검찰총장의 사표는 지금 곧바로 청와대에 보내 대통령님의 뜻을 여쭙고자 한다"고 밝혀 문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이 쏠렸으나,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김 총장 등의 거취는 당분간 결정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여야 간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사표 수리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총장이 처음 사표를 냈을 때 '검찰총장 임기'를 언급하며 이를 반려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 총장과의 면담에서 "검찰 내의 의견들이 질서있게 표명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김 총장은 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 출석하고, 박 의장을 만나는 등 국회를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주력했다. 지난 21일에는 검수완박에 대응하는 카드로 검찰 차원의 자체 개선안도 내놨다. 하지만 김 총장은 여야가 하루 만에 검찰의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재안에 합의하자 지난 22일 한 차례 더 사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고검장들도 김 총장과 뜻을 같이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속 절차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고 검찰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검찰 역시 여야가 합의했던 박병석 국회의장(發) 중재안에 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방송된 JTBC '대담-문재인의 5년' 1화에서도 "검찰의 정치화가 일단 문제"라며 "(검찰은) 때때로 무소불위 아니었나. 저는 대한민국에서는 상식이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전과는 달리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을 반려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도 지난 22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총장의) 사직의 뜻이 아주 강고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지켜본 뒤 김 총장 등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김 총장은 자신의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연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을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