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번리와의 홈경기서 승리하며 4위 탈환
전반 종료 직전 PK 손흥민 아닌 케인 나서 성공
개인보다 팀이 먼저였다. 득점왕 등극을 앞둔 토트넘 손흥민이 22호골 기회를 최종전으로 미루게 됐다.
토트넘은 15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번리와의 37라운드 홈경기서 전반 막판 터진 해리 케인의 결승 PK골을 앞세워 1-0 승리했다.
이로써 21승 5무 11패를 기록한 토트넘은 승점 68로 한 경기 덜 치른 아스날(승점 66)을 제치고 4위 자리로 올라섰다.
경기는 예상대로 번리가 수비벽을 두텁게 쌓아 토트넘이 두들기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특히 번리는 손흥민에게 전담 수비수를 붙였고 공을 받을 때마다 2~3명이 둘러싸는 협력 수비로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번리를 두들겼으나 공격이 효과적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3일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를 치른 지 이틀 만에 그라운드에 나서 체력적인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토트넘 손을 들어줬다. 토트넘은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서 다빈손 산체스가 찬 공이 애쉴리 반스 팔에 맞았고 곧바로 VAR 판독이 이뤄진 뒤 PK가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해리 케인은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찔러 넣어 결승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PK가 선언됐을 때 축구팬들의 시선은 케인과 손흥민에게로 모아졌다. 어떤 선수가 키커로 나서는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리그 21호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22골)와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면 동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의 키커는 사전에 약속한 대로 케인이었고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이 만들어졌다.
이를 지켜본 국내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울 수 있으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인 상황에서 손흥민이 욕심을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토트넘은 아스날과 4위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번 번리전에서 승점 3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PK는 케인이 차는 것이 옳았다.
비슷한 예는 지난 2009-10시즌 첼시에서도 있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던 첼시는 위건과의 최종전서 1-0으로 앞선 전반 32분 PK 찬스를 잡았다. 이때 PK를 누가 찰 것인지를 놓고 경기 도중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록바가 잠깐의 신경전을 벌인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드록바는 웨인 루니와 득점 동률을 이루고 있어 골이 절실했는데, 팀 승리가 우선이었던 램파드는 단호하게 드록바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이때 첼시는 최종전서 8-0 대승을 거뒀는데 승부가 기운 뒤에는 드록바에게 패스를 몰아줘 해트트릭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편, 케인은 프로 데뷔 후 60번의 PK를 시도했고 52차례 성공하며 86.7%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도 횟수와 성공률 모두 최상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손흥민은 PK 성공률이 63.6%(11회 시도, 7번 성공)에 그치고 있다.
손흥민도 케인이 골을 성공시킨 뒤 가장 먼저 뛰어가 득점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나의 득점왕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라는 말이 진심이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던 손흥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