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효과, 코로나 유행
내리막길에 나타날 듯"
폐렴 대응 등 '피해 최소화'에
집중할 필요성 제기돼
북한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에 직면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잔여 백신 공여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기존 확진자 관리에 주력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6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백신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이번 (북한) 유행의 불길을 끄는 데 백신 역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속히 백신을 공급하더라도 관련 배송 및 접종에 소요되는 시간, 항체 형성 시간 등을 고려하면 유행 정점이 지나서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북측이 발표한 통계를 근거로 "5월 15일 현재 누적 '환자(유열자·발열 등 유증상자)' 수는 121만 3550명"이라며 "많은 연구에서 오미크론의 더블링 타임(환자 수가 2배 증가하는 시간)이 2일 내지 3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블링 타임을 3일로 잡으면 30일 전인 4월 15일 환자 수는 1213명이다. 더블링 타임을 2일로 잡으면 4월 15일 환자 수는 37명이다. 그래서 북한 내 오미크론 유행의 시작 시점은 4월 중순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도입하고 북한 전역에 배포해 주민들에게 접종한 뒤 백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를 모두 합치면 1개월이 훌쩍 넘는다"며 "그때는 이미 유행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내 유행 정점이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 달 이상 걸리는 '백신 효과'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상 세계 각국의 오미크론 유행 정점은 바이러스 최초 유행 1~2개월 뒤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 교수는 "상당히 늦은 백신 접종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백신에 너무 주력하는 것보다 당장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시급한 조치들을 먼저 챙기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급한 조치'와 관련해 "환자(확진자)가 상당히 심각한 폐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첫 일주일은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일주일 근방에서 갑자기 악화돼 응급실로 찾아오는 특징이 있다"며 "이것을 막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 근육 운동으로 산소 소모량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이다. 폐렴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같은 약을 쓰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유행 억제보다 환자 치료에 집중하며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 교수는 "(남북) 의료인들 간에 조금 더 구체적인 의료·학술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같은 의료인끼리 대화 채널을 열 수만 있다면, 지난 2년 동안 얻은 경험과 지혜를 북한 의료인과 공유해 조금이라도 북한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北 사망자 3만4540명 가능성…보수적 추정치"
한편 오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에서 3만4540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오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홍콩 내 백신 미접종자의 연령대별 오미크론 사망률과 유엔이 공개한 북한의 연령별 인구 통계(2020년 기준)를 종합해 이같이 추정했다.
그는 △홍콩 의료 인프라가 북한보다 좋다는 점 △오미크론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홍콩의 '잠정 사망률'을 활용해 사망률 수치가 낮게 반영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3만4540명은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말했다.
다만 오 교수는 북한 대응에 따라 사망자 규모가 "충분히 줄어들 수 있다"며 "이 수치(사망자 3만4540명)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