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책임 일선에 떠넘기고
김정은 현장 방문에 의미부여
北 주민 "하늘 없인 살아도
김정은 없으면 못살아!"
코로나19 대유행에 직면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스라이팅'에 나섰다. 방역 실패 책임이 일선 간부들에게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방역 최고 책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위대한 혼연일체의 힘이 있어 우리는 끄떡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지난 12일 이후 "온 나라에 세차게 굽이치는 수령(김정은) 흠모의 열렬한 사상 감정과 애국적 분발심을 두고 격정과 감격의 날과 날이(하루하루가)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평양 시내의 약국을 직접 찾은 데 대한 북한 주민들의 '격정적 반응'을 상세히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까지 챙겼으니 주민들이 보답해야 한다는 취지다.
신문은 "총비서(김정은) 동지께서 평양시 안의 약국을 찾으셨다는 소식을 접한 온 나라가 삽시에 불도가니처럼 끓었다"며 △함남 △강선 △청진 △평양 등 전국 각 지역의 주민 반응을 지면에 실었다.
신문은 "일꾼(간부)들이 얼마나 일을 쓰게(잘 하지) 못 했으면 원수님께서 사람들의 래왕(왕래)이 제일 많은 약국에까지 나가셨겠는가"라며 강선 지역 주민들이 "지금 돌고 있는 열병이 공기를 통해 순간에 전염된다는데 우리 원수님께서 몸소 평양시 안의 약국들을 돌아보셨다니, '이게 있을 법 한 일인가'(하)고 눈물을 쏟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현장 지도 사실이 공개된 이후 약국에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80대 노인은 수화기 너머로 "한 분밖에 안 계시는 우리 원수님을 그런 곳에 모시다니 자네들은 이 나라 백성이 옳긴 옳소? 하늘이 없으면 살 수 있어도 원수님 없으면 우린 못살아!"라고 성을 냈다고 한다.
주민 목소리 빌려 경제 성과 독촉
"당 결정 관철 신념, 생명보다 귀중"
신문은 김 위원장의 '헌신'을 거듭 강조하며 "백성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북한 주민의 '속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일례로 만포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김 위원장 영상을 본 뒤 "'우리가 백성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구나' 하는 생각에 옥죄여 드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같이 아파하고 같이 털고 일어나 우리 일터를 지키고 우리 원수님의 심려를 덜어드리자"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빌려 김 위원장이 다그쳤던 경제·건설 부문 성과를 독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문은 "올해를 꼭 대농(풍년)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신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당부를 되새겨보며 농업 근로자들이 굳게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날이 갈수록 우리의 화성지구는 더 희한하고 더 힘 있게 솟구치고 있다"며 "연포온실농장은 자기의 자태를 완연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정치국 회의에서 지역별 봉쇄정책을 주문하면서도 "영농사업, 중요공업 부문들과 공장·기업소들에서의 생산을 최대한 다그치고,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연포온실농장 건설과 같은 인민을 위한 우리 당의 숙원사업들을 제 기일 안에 손색없이 완성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신문은 "경애하는 총비서(김정은) 동지의 하늘 같은 사랑에 죽어도 보답해야 한다는 '순결한 양심과 의리', 당의 결정과 당 앞에 다진 맹세를 몸이 열두 조각 나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불굴의 신념'"이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인민은 총비서 동지의 영도만 받들면 그 어떤 시련도 두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 넘쳐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