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로 사업 재편 속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
다만 LCD가 전체 매출 비중 70% 차지해 속도 조절 필요하다는 방침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이 늘면서 상승세를 보였던 LCD 패널 가격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이처럼 시장 수요가 줄어든데 이어 상하이 봉쇄로 인한 생산 차질 문제까지 빚어지면서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미 LCD 사업 중단을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LG디스플레이의 LCD 감축 속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LCD 전체 패널 출하량은 1억9461만장으로 전년대비 15% 급감했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LCD 패널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동기간보다 20% 줄었다. 중국 상해 봉쇄 조치에 따라 위탁 생산 업체 공장들이 생산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고 전쟁으로 인해 해당 지역 IT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LCD 패널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도 올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난 20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내년 전 세계 LCD 장비 투자가 올해보다 79% 줄어든 1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수요는 줄어드는데 선투자로 패널 재고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상태라는 점이다. DSCC는 "일부 완성품 업체는 1분기 패널 판가가 안정된다고 판단해 비성수기에 저가로 패널을 구매했다. 그런데 지속적 수요 부진에 재고가 과잉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앞서 19일 시장조사업체 워츠뷰가 낸 자료에 따르면 5월 상반월(1~15일) TV용 LCD 패널 가격은 4월 하반월(16일~30일) 대비 떨어졌다. 사이즈별로 보면 75인치는 1.8%, 65인치는 2.9%, 50인치의 경우 1.7%, 43인치는 1.3%, 32인치는 5.3% 하락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LCD 사업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의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영업익이 383억원으로 작년 대비 약 93% 줄었다. 매출액 6조 4715억원으로 약 6%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543억원으로 79.6% 상당 쪼그라들었다. 계절적 비수기나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한 원인도 있지만 LCD 패널 가격 하락이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사업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LG 디스플레이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OLED 모듈 라인 증설을 결정한 상태다. 다만 LCD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LCD 매출 비중 5%인 삼성 디스플레이처럼 섣불리 사업을 철수하기는 어렵다. 당장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장 시장 가격에 대응하기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패널을 조금씩 축소하며 위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늦어도 3분기 안에는 LCD 사업 철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CD 사업을 예정대로 종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