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최소화·지지자 없이 비공개로 선거 운동
유튜브 중계도 중단…李측 "소통 강화 취지"
판세와 무관치 않단 해석…당분간 인천에 집중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마이크'를 내려놨다. 파란색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한 손에는 무선 마이크를 쥔 채로 거리 유세를 하던 이 후보는 24일부터 장비 없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수행원 수도 줄이고, 매 일정 함께했던 '개딸(개혁의 딸)', 유튜버 없이 '나 홀로 유세'로 선거 전략을 변경했다.
이 후보가 떠들썩했던 기존 유세 방식에서 비공개 유세로 변화를 준 건, 유세에 많은 인원이 함께하면서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장애물'이 생기고, 정치적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이 후보 측의 설명이다. 최근 이 후보를 향해 치킨 뼈를 담는 철제 그릇을 던져 구속된 60대 남성도 범행 이유로 "시끄러워서"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6시 30분 인천 계양IC 도로변에서 피켓을 들고 출근 인사를 한 이후 지역 주민을 만나는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에는 '계양 테크노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등 '지역 밀착형' 일정에 집중했다.
캠프는 공지를 통해 "이 후보는 지역구 아침인사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지역주민을 만나는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다"며 "조용히 지역주민들을 찾아뵙고 소통하겠다는 이 후보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거리 유세 때마다 진행된 유튜브 중계도 이날은 중단됐다.
이 후보 측은 통화에서도 "이 후보는 그동안 혼자 차분하게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며 "주민과 가까이서 대면하고 소통하겠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25일에도 아침인사를 시작으로 골목을 누비며 지역 민심에 호소할 예정이다.
'소통 강화'가 명분이지만,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접전 중이라는 계양을 판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선거에 나와 당 '간판'으로서 전국 선거를 지원하겠다는 이 후보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본인 선거도 위태위태한데 타 지역 후보를 지원할 여유가 있겠느냐"며 "이 후보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제가 아침 6시 반부터 지나가는 차량을 상대로 출근 인사를 하고 있는데, 현장의 반응은 그 ARS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말 달라도 많이 다르다"며 "특히 ARS 조사 결과는 지방선거에서는 실제 최종 결과와 잘 안 맞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당에서도 이 후보와 결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총괄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후보의 선거가 상당히 좁혀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당에서 분석한 바로는 그렇게 좁혀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이 전체 선거를 지휘하면서 불가피하게 지역 유세를 지원했다는 점, 거물 외지인이라는 느낌만 주는 게 아니냐는 평가와 상대의 과도한 네거티브가 실제와 부합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났다"고도 강조했다.
캠프 차원에서도 이 후보의 조용한 유세와 같은 맥락에서 환경정화 자원봉사단을 결성했다. 캠프는 "공식선거운동이 중반을 넘으며 흑색선전으로 얼룩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하기'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라며 "골목 골목이 깨끗해지고 계양 주민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에 대한 공세도 본격화한 모습이다. 캠프는 이 후보를 외지인이라고 비판하던 윤 후보가 예비후보 등록 날인 2일에서야 인천 계양구로 주소를 옮긴 것 등을 거론하며 '가짜 계양사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