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86 그룹 용퇴' 압박에
윤호중 "이게 지도부냐" 분개
전해철 "상의하고 공개발언 하라"
6·1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른바 '86 운동권 그룹'이 용퇴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의 압박에 더불어민주당이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지현 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원회의에서 '86 그룹'을 겨냥해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학원자율화추진위원장(학자추)을 결성했던 운동권 출신이며, 박홍근 원내대표도 경희대 총학생회장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권한대행을 지냈던 운동권 출신이다. 김민석 선대본부장 역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삼민투 사건에 연루됐던 운동권 출신이다.
회의 석상 면전에서 용퇴를 강요당한 셈이 된 '86 그룹' 정치인들은 대번 불쾌감을 피력했다.
김민석 본부장은 "(민주당은) 지도부 일방 또는 개인의 독단적 지시에 의해서 처리되는 수준의 정당은 아니다"며 "질서 있는 혁신 과정에서 각종 현안이 당헌·당규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선대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86 그룹' 정치인들과 박 위원장 사이에서 고성까지 오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중 위원장은 "이게 지도부냐"며 책상을 내리쳤고, 전해철 의원은 "무슨 말을 해도 좋은데,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하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신현영 대변인은 "박지현 위원장의 발언은 당의 혁신과 개혁을 위한 개인 의견"이라면서도 "개인의 소신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의 의견과 개인의 의견은 분리해서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 대변인이 당의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의 언동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만큼 '86 그룹 용퇴'와 '내로남불 사과' 등 단기적으로는 6·1 지방선거 승리, 중장기적으로는 당의 진로와 방향을 향한 방법론을 놓고 내홍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상호 간에도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윤호중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지현 위원장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시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개인의 행보에 대해 당이 협의를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같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지만 (윤호중 위원장이) '타이밍이 맞지 않다'고 하더라"며 "지도부 협의도 중요하지만, 무엇이 맞는지 윤 위원장도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