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하는 집중호우 피해
수직·수평 동시 관측 ‘이중편파방식’
정밀한 관측으로 정확한 홍수 예측
수집 정보 홍수통제소에 동시 전달
지난 2010년 추석을 하루 앞두고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광화문과 서울 도심 곳곳이 침수됐다. 이듬해인 2011년 7월 말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mm가 넘는 비가 쏟아져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우면산 산사태까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2020년 8월에도 남부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합천댐 인근 마을이 침수돼 수많은 이재민을 낳았다.
이처럼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돌발적인 기상현상이다. 예측이 어려운 만큼 한 번 발생하면 큰 재해로 이어지기 쉽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런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환경부가 이러한 집중호우를 사전에 감지하고 정확한 강우를 관측, 돌발적이거나 국지성 호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홍수 예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바로 강우레이더관측소 설치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30일 소백산 강우레이더관측소 현장취재를 진행했다. 기자단은 강우레이더 시스템에 관해 설명을 듣고 주요 시설을 둘러보면서 돌발홍수 대비 상태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날 기상청은 소량의 비를 예보했으나 강우레이더에는 빗방울이 잡히지 않았고, 실제로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국립공원공단 설명에 따르면 이날 둘러본 소백산 강우레이더는 24시간 내내 100km 반경 비구름을 1분 간격으로 관측한다. 전반적인 기상 관측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상레이더와 달리 강우레이더는 지표 부근 강우현상을 집중 관측해 홍수 예보를 목적으로 한다. 강우레이더는 수문관측과 홍수예보가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수평·수직 전파(최대 출력 750kW)를 동시에 발사하는 이중편파방식 정밀 관측을 통해 선행적 홍수예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도시지역 침수와 주요 지천 강수 및 홍수 정보를 생산해 돌발홍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지난 2000년 개소한 임진강 강우레이더를 시작으로 전국 9곳(대형 7기, 소형 2기)에 구축돼 있다. 강우레이더 관측정보는 전용회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립공원공단에 제공한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상청,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서도 해당 자료를 공유받아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 빠르고 정확한 홍수 정보와 재난 문자를 전송하게 된다.
강우레이더는 지표면에 떨어지는 강우를 정확하게 관측하기 위해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다. 기자단이 둘러본 소백산 강우레이더 또한 해발 1400m 가까운 고지에 설치됐다.
높이 46m로 아파트 15층의 높이를 자랑하는 소백산 강우레이더관측소는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1층은 관측소 사무실, 8층에는 전망대, 9층에는 레이더 돔이 위치했다. 나머지 층은 통신시설과 직원 숙소로 사용 중이라고 한다.
관측소 최상단에는 지름 12m의 레이더가 달려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레이더와 달리 외부에 가림막을 설치해 혹시 모를 레이더 파손 가능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레이더는 365일 쉬지 않고 가동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한강과 낙동강홍수통제소에 실시간 전송한다.
소백산관측소는 근무자 정원은 5명이다. 실제로는 3명만 근무한다. 야간 방호원까지 포함하면 6명이 근무하는 데 필요 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관측소 관계자는 “근무 환경과 조건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원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홍수기(5월 15일~ 10월 15일)에는 24시간 비상근무 감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집중호우나 태풍이 올라올 경우 강우레이더가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주 업무는 관측과 점검이다. 레이더가 매우 정밀한 장비이다 보니 매일 점검을 반복하고 주간, 월간 단위로 다시 확인한다.
한 근무자는 “저희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강우 상황에 레이더가 멈추지 않고 가동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정보 수집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시설관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지에 근무해서 힘든 점도 있지만 때론 소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이달부터 강우레이더 관측자료를 전용회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립공원공단에 제공한다.
현재 국립공원공단은 계곡 정상부에 설치한 자동우량경보시설을 통해 돌발홍수를 예측해 탐방객을 대피시키거나 통제하고 있다. 이 경우 위험 정보의 신속한 예측이나 대피에 필요한 최소시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강우레이더를 활용한 ‘국립공원 돌발홍수 예측시스템’ 개발을 연구 중이다. 올해 실시간 강우레이더 자료와 자동우량경보시스템을 통한 안전관리 강화를 구축하고 내년에는 강우레이더 연계 시범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6일 한강홍수통제소와 자연재해 대응 강화를 위한 수문자료 공동 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주요 내용은 ▲국립공원 산간계곡의 돌발홍수 관측 및 사전 예측에 필요한 고해상도 강우레이더 영상자료 공유 ▲강우레이더 기반 초단기 강우예측자료 제공 ▲강우레이더 공동 활용 및 기술협력 강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