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타율 0.347로 타격왕도 노릴 만한 위치
파워 물론 유연성과 민첩함까지 살아나
믿기지 않는 40대 성적..롯데 팬들 "은퇴 번복" 요구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대호(40·롯데)가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이대호는 21일 현재 ‘2022 KBO리그’ 타율 부문에서 2위(0.347)로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0.355·삼성) 뒤를 쫓고 있다.
해외 무대 진출 전인 2011년(타율 0.357) 이후 가장 높은 타율이다. 은퇴를 앞둔 40대 선수의 성적으로 믿기 어려운 수치다. 최근 3시즌 3할 타율에 미치지 못했던 이대호가 마지막 시즌 불을 뿜고 있는 모양새다.
시즌 초반 격차가 컸지만 피렐라가 6월(0.231) 들어 주춤한 사이 이대호는 고감도 타격감을 이어가며 6월 타율 0.323(62타수 20안타)를 찍으며 따라붙었다.
4월을 2위로 마칠 정도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롯데가 5~6월 들어 가라앉고 있는 것과 달리 이대호는 월간 타율(4월 0.356/5월 0.355/6월 0.323)도 꾸준하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 경쟁자들과 비교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
이런 추세와 조건이라면, KBO리그 최고령 타격왕도 기대할 수 있다. 1974년 10월생인 이병규(LG트윈스 퓨처스리그 코치)가 2013년 타율 0.348로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초대 타격왕 백인천 역시 이병규와 같은 39세로 타율 1위에 올랐지만 생일이 1개월 정도 늦다.
대기록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대호를 보면 팬들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FA 계약을 맺을 때도 이대호는 “이 계약이 끝나면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은퇴 계획은 변함이 없었다. 40대에 접어든 선수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올 시즌 활약을 보면 이대로 은퇴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통산 홈런 3위(359개)의 이대호는 올 시즌 최다안타 부문에서도 3위를 달리고 있다. 체중을 조절하면서 파워는 물론 유연성과 민첩성이 살아났다는 평가다.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 타격왕 경쟁을 말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은퇴 번복을 바라는 팬들에게는 지금의 수치가 그런 주장을 펴는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순철 SBS 야구 해설위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은퇴 미뤄달라고)이대호에게 말해볼테니 팬들도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할 정도다.
이대호도 팬들의 깊은 사랑을 깊이 느끼고 있다. 이대호는 "요즘에 사랑 받는 게 정말 느껴진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가족들과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은퇴의 뜻은 접지 않고 있지만, 지금의 타격 추세와 팬들의 외침이 이어진다면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이대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추락하고 있는 롯데가 반등의 희망을 쏜다면, 2001년 데뷔 이래 한 번도 밟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무대를 떠올리며 큰 결심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 야구팬들의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