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공기관 경평 전면 개편 추진
주요 사업 지표 원점 재검토하기로
조직·인사 운영 효율성 높인다는 데
경영 간섭 늘어나 자율성 해칠 우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이하 경평)를 발표하면서 후속 조처로 제도 전면 개편 계획을 밝히자 자칫 과도한 규제와 개입으로 기관 자율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재부는 지난 20일 공공기관 경평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근 공공기관 경영 여건 변화와 정책환경 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경평 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본래 설립목적인 공공성과 기관 운영과정에서 효율·수익성이 더욱 균형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경평 구성을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25점에 달하는 사회적 가치 중심 지표를 분석해 일정 수준 달성된 지표는 비중을 낮출 계획이다. 사회적 가치 지표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한 기준이다. 기재부는 사회적 가치 지표를 낮추는 대신 재무성과 지표를 경영성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 밖에도 ▲조직·인사 운영 효율성 제고 ▲주요 사업 지표 원점 재검토 ▲기관 유형 세분화 ▲유사·중복 지표 축소 ▲혁신 노력 핵심 지표 설정 성과급과 연계 등을 위해 민·관 합동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에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도개선을 이유로 공공기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로 인해 기관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여러 차례 제도 개선 과정을 돌아보면 정부가 경영간섭을 계속 확대해 온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기관 경평은 지난 1984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제도’에서 시작했다. 당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현재와 같은 형태의 경평을 실시한 배경에는 ‘자율성’이 핵심이다.
당시 공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면서 두 가지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첫 번째는 정부의 경영간섭을 최소화해 공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신 경영실적을 엄격히 평가하기로 했다. 자율을 보장하고 대신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정부투자기관에 이어 2004년에는 정부산하기관도 경영평가제도를 받게 된다.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제정으로 투자기관과 산하기관을 통합해 평가하면서 현재 공공기관 경평 제도는 강력한 공공기관 관리 수단이 됐다.
2018년 경영평가단장을 맡았던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경평제도가 긍정요인이 아니라 어느덧 부정 혹은 페널티 수단으로 변환되고 있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와 자율성, 그리고 자신감이 위축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번 평가에서 준정부기관 평가단장을 맡은 김완희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역시 과거 “공운법 제정 이후 경영평가가 공공 관리의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부각되고 정책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평가제도의 진화과정에서 주무 부처 역할이 점차 강화되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민 공분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사태 이후 기재부가 내놓은 제도 개편안 역시 통제 권한만 키워 ‘옥상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평가제도 개편방안은 크게 4가지다. 상시·전문적 평가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 컨설팅을 강화한다. 성과급 기준을 바꾸고 윤리경영과 안전, 재무성과 반영 비율도 높인다. 평가제도 강화에 맞춰 현재 경영평가 지원 조직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내 공공기관연구센터 조직을 보강·재편하고 향후 전담조직 신설까지 추진한다.
당시 평가제도 개편 방향이 주무 부처인 기재부 입김이 강해지는 쪽으로 흐른다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경평 결과 발표 후 평점 오류로 일부 기관 등급이 변경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기재부는 평가단 내·외부에 다중으로 검증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단계 외부 검증·관리 장치에 기재부가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조세연 원장을 기재부 장관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조세연 산하 공공기관연구센터 조직을 보강하고 재편하는 것도 사실상 기재부 입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경평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평가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주무 부처 스스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대한 역할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③] 기능·목적 다른데 똑같은 잣대로…속 끓는 공기업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