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MB-김경수 패키지 사면 무산으로 기업인 사면도 '없던 일'
민간주도성장 내세운 尹정부, 경제성장 이끌 기업인 운신 폭 넓혀줘야
8.15 광복절을 한 달여 앞두고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취업제한’의 족쇄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일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지라 사면 대상에 누가 포함되는지를 놓고 법이나 제도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재계와 정치권에서 기업인 사면을 잇달아 요청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기업인 사면에 대한 찬성 의견이 우세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실시한 ‘기업인 사면 관련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50.2%) 국민이 기업인 사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37.2%에 불과했다. 특히 기업인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3.1%에 달했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을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더 높은 찬성 여론이 도출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4월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8.8%에 달했다. 반대는 23.5%로 찬성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으로 추락(4~8일 리얼미터 조사, 국정수행 긍정평가 37.0%)한 상황에서 기업인 사면은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인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어차피 무슨 일이 있어도 보수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기업인 사면이 정치인 사면에 밀려 등한시될 가능성이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여론은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부터 높았었다. 실제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사면 대상에 이 부회장 등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 특별사면권 행사를 포기했다.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요구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패키지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 탓에 이 부회장 사면도 무산됐다. 애초에 이 부회장 사면을 MB-김경수 패키지에 추가되는 옵션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윤 정부는 달라야 한다. 사면의 상징성보다 ‘효용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국민통합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민생이다.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신속한 경영 판단으로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도태를 면할 수 없다. 기업 컨트롤타워의 운신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민간주도성장’, 즉 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내세웠다. 경제성장을 이끌 장수의 족쇄를 풀어주는 게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기업인 사면은 ‘옵션’이 아닌 ‘메인’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