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주연
배우 이재욱에게는 위태로운 잿빛과 청량한 푸름이 공존한다.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얼굴은, 어쩐 일인지 코미디와 로맨틱 연기를 해낼 때 마치 극의 반전을 맞이한 듯한 인상을 준다. 얼얼한 뒤통수가 아닌, 기분 좋은 반전말이다. 이재욱의 이 특유 기질은 tvN '환혼'에서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발휘 중이다.
현재 이재욱은 판타지 로맨스 '환혼'에서 대호국 장씨 집안의 고상하지만 불량한 도련님 장욱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환혼'은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를 담은 활극이다.
장욱은 인생의 불만을 골질로 풀다가 천하제일 살수의 혼이 깃든 세상 약골 무덕이(정소민 분)를 만나게 되면서 제대로 된 운명의 길로 들어서는 인물이다.
'환혼'에서 이재욱의 진가는 연기의 강약 조절이다. 로맨스와 코미디를 제법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극의 중심을 잡는다. 감정 연기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기본적으로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설정 탓에 내면의 아픔을 드러내야 할 땐 무너지지는 않되 솔직한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재욱이 전소민과의 사제 로맨스도 장욱의 감정 변화에 따른 섬세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도 극의 백미다. 장욱이 술사로 성장함과 함께 이재욱의 연기 성장 역시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환혼'이 선사하는 재미다.
그는 꽤 빠른 시간 내 주연 자리까지 꿰찬 기대주다. 2018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데뷔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설지환 역으로 데뷔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극 중 무병 배우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 속 남주인공을 연기함과 동시에 순수하고 다정한 면모로 이다희와 로맨스 호흡을 맞추며, 한 작품으로 두 가지 모습을 선사했다.
짧고 굵게 가능성을 보여준 이재욱은 기세를 몰아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서늘하고 도도한 나쁜 남자의 매력을 보여주며 '백경앓이'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거쳐 KBS2 '도도솔솔라라솔'로 남자 주연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 '환혼'이 최고 시청률 7.0%(닐슨,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입소문이 나고 있어 이재욱의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욱은 한 인터뷰에서 배우란 직업에 대해 "다른 인생을 계속 산다는 것은, 해야 할 것도 많고 만족할 수 없어 매력적인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배우는 알면 알 수록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직업으로, 계속해서 스스로를 보고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성장을 위해 사유하고 도전하는 것이 배우의 일임을 알고 있는 청춘스타의 '앞으로'를 놓치고 싶지 않다. 팝콘이 필요 없는 이재욱의 쇼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