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대회 최종전에서 일본과 격돌
유럽파 빠진 것 마찬가지지만 선수 구성에서 한국 우위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설욕 없으면 아쉬움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파가 빠진 대회지만 한일전은 한일전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오후 7시 20분 일본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홈팀 일본과 격돌한다.
1차전에서 중국을 꺾고 2차전에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홍콩을 잡은 벤투호로서는 대회 4연패와 함께 일본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다. 2승(승점6)을 따낸 한국은 일본(승점4)과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하면서 4연패를 달성한다.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이 대회 도중 해외리그 이적 문제로 이탈한 것은 아쉽지만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선수들의 생각은 더 강해졌다.
역대 전적(42승23무15패)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6승7무5패로 팽팽하다. 최근 맞대결에서는 치욕스러운 대패까지 당했다. 벤투호는 지난해 3월 요코하마서 가진 친선경기에서 유효슈팅 1개에 그치면서 0-3 완패했다.
당시 벤투호를 향한 국내 축구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평가전 성격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한일전 축구의 무게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스코어다. 이번 대회도 손흥민 등 유럽파가 대거 빠진 상황에서 치르고 있지만, 어쨌든 한일전은 한일전이다. 일본과의 경기가 주는 심리적 압박과 무게는 변함없다.
홍콩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2003년생 막내 강성진도 “반드시 한일전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9 U-20 월드컵 16강에서 한일전을 경험했던 엄원상도 “(한일전은)이길 수 있다. 이길 것 같다. 모두가 이기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홈팀 일본은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24명 중 22명을 U-23 선수들로 구성한 중국을 상대로 0-0 무승부에 그친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듣고 있다. 유럽파 등 최정예 멤버를 구축했을 때도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들었던 모리야스 감독으로서도 한일전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한일전을 앞둔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 취재진 앞에서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모로 한국이 유리한 상황이다. 유럽파가 빠진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국은 최근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조규성, 권창훈 등 국내파 핵심들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A매치 출전 경험이 많지 않은 낯선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지만 설욕 없는 우승이라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길 수밖에 없다. 벤투호가 적지에서 요코하마 참사를 지워버릴 화끈하고 시원한 설욕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