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출하려다 연기…"국가재난시기에 민생 우선"
폭우로 인한 민심 악화…정쟁 매몰됐단 비판 우려한 듯
더불어민주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김건희 여사 연관 한남동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10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민생 현안이 아닌 정치 현안에 매몰된 모습을 보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에 관한 문제점, 대통령 집무실 공사 수주 특혜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요구서 제출) 시점은 여러 야당이 같이 힘을 모아서 조금 더 소통해서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국가재난시기에 국회에서 조금 더 민생에 대한 현안들에 우선을 두고, 민주당도 계속 대응할 예정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을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도 도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시점을 잘 고민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전날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 관저 공사 수주 특혜가 수도 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회 운영위원회가 국회 사정으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날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8일 "기본적으로 대통령실 이전, 또 관저 이전과 관련해 여러 사적 계약과 수주 등의 논란이 있었고, 또 대통령실 사적 채용 관련 내용도 지금 계속 제기되지 않느냐"고 언급하며 국정조사 추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보류 결정은 폭우로 인해 악화된 민심을 의식한 결과로 읽힌다. 실제 지난 8일부터 침수 피해가 속출하자, SNS상에는 '무정부 상태'라는 비판이 속출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에서 "서울이 물바다가 되는데 대통령은 뭐했냐는 비판이 터지고, SNS상에는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정부 여당을 몰아붙이고 있는 제1야당이 국정조사를 본격 추진할 경우,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재난을 정쟁으로 삼는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재적의원 4분의 1(75명) 이상이 동의하면 제출할 수 있다. 또 국정조사가 이뤄지기 위한 특위 계획서는 재적 과반 출석,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현재 169석으로 국회 과반 의석수를 가진 만큼 산술적으로는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밀어붙일 수 있다.
신 대변인은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시점에 대해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이번주에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요구서 준비하고 있고, 체계적으로 공고히 만들어서 적절한 시점에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기조에 대해서는 변화 없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를 중심으로 수도권 수해 피해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신 대변인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와 당직 의원들 및 대변인단은 오후 3시께 임시 대피소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 체육관을 방문한다.
신 대변인은 "피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을 예정"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민주당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국회의 역할이 뭔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