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영리할 수가’ 김민재 계약의 숨은 의도
이탈리아 무대에 입성하자마자 데뷔골을 터뜨리고 존재감을 뿜뿜 과시 중인 김민재. 그의 계약에는 보다 높은 곳으로 날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 축구대표팀 벤투호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수비 자원인 김민재는 경주 한국 수력 원자력을 거쳐 2017년 K리그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신인 선수가 곧바로 활약하기 쉽지 않은 프로 무대였으나 이는 김민재와 무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고작 만 21세 나이에 K리그 신인상과 베스트 11에 선정된 김민재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로 성장했습니다. 그를 눈여겨본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이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2018년 12월, 이적료 100억원, 4년간 총액 166억원의 후한 대접을 받는 조건으로 이적이 성사됐습니다.
중국 무대 역시 김민재를 품기에는 너무 좁은 곳이었습니다. 선수 본인도 본격적으로 보다 넓은 무대에 가기를 바랐고 2021년 8월 튀르키예의 명문 구단 페네르바흐체의 유니폼을 입습니다.
후일 밝혀진 계약 조건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김민재 측은 구단에 5년 이하의 계약기간을 요구했고, 유럽 내 다른 구단들과 에이전트의 접촉을 막지 말 것, 이적료 최소 금액인 바이아웃도 낮게 책정해줄 것을 주문한 것이죠. 이미 김민재는 페네르바흐체에 입단했을 때부터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이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김민재는 페네르바흐체에서 고작 한 시즌을 뛰었습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고 유로파리그를 통해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김민재의 영입전이 벌어졌습니다.
당초 김민재는 중국 베이징 시절 스승이었던 브루노 제네시오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리그 스타드 렌 유니폼을 입는 듯 보였습니다. 실제로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지만 이탈리아의 명문 나폴리가 급하게 뛰어들었고 주도권을 쥔 김민재는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는데 구단의 수락을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
결국 김민재의 최종 행선지는 나폴리였고 이적료 1805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40억원이었습니다. 페네르바흐체 입장에서는 핵심 수비수를 잃었지만 1년 만에 2.4배를 벌어들여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죠.
주목해야할 점은 김민재와 나폴리가 맺은 계약 조건입니다. 김민재는 나폴리의 푸른 유니폼을 입으며 계약기간 3+2년을 맺었습니다. 즉, 보장 계약 기간 3년을 채우고 나면 양 측 동의 하에 2년이 더 추가되는 조건이죠.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계약을 맺은 것일까요?
유럽 축구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4년 계약을 맺습니다. 4년 이하의 단기 계약을 맺는 선수들도 있지만 이는 좋지 않은 몸 상태, 또는 기량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김민재의 보장 계약기간 3년은 다음 단계, 즉 보다 빨리 다음 클럽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 축구에는 보스만 룰이라고 계약 종료 6개월을 남기면 타 구단과 자유롭게 이적협상을 벌일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계약 의지가 있는 구단들은 만료 1년 전까지 협상을 마쳐야 하고 2년을 남겨둔 시점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3년 계약기간의 김민재는 일반적인 경우를 적용했을 때, 당장 다음 시즌부터 재계약 협상에 돌입해야 합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자면 이때가 선수의 몸값이 가장 높지도, 낮지도 않은 시기이며 이적할 수 있는 적기라 볼 수 있죠.
아마도 김민재는 이적 첫 시즌인 이번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 완벽히 적응할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마침 리그 출전 2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고 본업인 수비 부분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유벤투스, AC 밀란, 인터 밀란과 같은 강팀들과의 경기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다가올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멋진 활약을 선보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