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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먹는 하마③] “블루카본 성공하려면 ‘바다숲’ 효과 평가 급선무”


입력 2022.08.26 06:30 수정 2022.08.25 13:3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블루카본, 탄소 저장 육지 수십 배

유엔서도 새로운 탄소흡수원 주목

정부 주도 세계 최대 ‘바다숲’ 조성

“흡수율 수치화 때 탄소시장 주도”

이기택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이기택 교수

“일반 국민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다에 저장된 이산화탄소(CO2)는 대기의 그것보다 1000배, 1만 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다. CO2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다를 이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동해가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CO2만 해도 1년에 500만t에 이른다. 바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블루카본’ 목적 달성은 불가능하다.” - 이기택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과학부 교수


‘블루카본(blue carbon)’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탄소 흡수원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 대상이다. 숲이나 정글과 같은 육상생태계에서 흡수하는 ‘그린 카본(green carbon)’보다 탄소흡수량이 많고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수천 년 동안 탄소 저장이 가능해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에서 현재 블루카본으로 탄소 감축 기능을 인정하는 것은 맹그로브 숲과 염습지, 그리고 잘피림 뿐이다. 우리 정부는 여기에 더해 바다숲의 탄소흡수 기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적 의미로 ‘바다숲’은 바닷속에서 바닷말(다시마 등 해조류)이나 해초류(잘피 등 종자식물류)가 무리 지어 사는 해역을 말한다. 정책(과학)적 의미로는 바닷속 대형 엽상해조류 또는 해초류 군락지로 태양에너지와 이산화탄소(CO2), 물을 이용해 유기물을 생산, 그 산물을 어패류에 공급하는 등 바다 생태계 근간을 의미한다.


바다숲은 삼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의 지리적 특수성을 살리기 안성맞춤이라는 게 한국수산자원공단(FIRA)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등 정부 주도로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규모가 가장 크고 연구도 활발하다.


바다숲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탄소를 얼마나 흡수·분해·저장하는지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한다. 바다숲이 탄소흡수 가치를 인정받으면 ‘탄소시장(국제사회가 온실가스 배출 권한을 사고 파는 것)’에서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이기택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가 한국수산자원공단 의뢰를 받아 바다숲의 탄소 흡수 정도를 수치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오도리 일원 바다숲 사업장에 직접 연구 장비를 설치해 해주류가 흡수·저장·분해하는 탄소를 24시간 기록하고, 그 결과를 주 2~3회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이기택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와 연구진이 지난 12일 한국수산자원공단이 경북 포항시 흥해읍 오도리 일대에 조성한 바다숲에서 탄소 흡수·저장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지난 12일 포항공대 연구실에서 이 교수와 연구진을 만나 바다숲 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비가 내린 탓에 물속에서 직접 바다숲을 살펴볼 수는 없었으나 대신 연구진이 설치해 놓은 탄소 측정 기구에서 기록된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바다숲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본 해양환경과 서식 밀도, 생체량 등은 조사를 해 왔는데 중요한 건 탄소 제거량에 대한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지난 3~4년간 바다숲의 탄소흡수력 측정을 통해 획득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도별 변화와 해역별 차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숲 사업 성공 여부는 결국 바다숲이 얼마나 탄소를 흡수·저장하는지 ‘수치’로 밝혀내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바다숲 해조류의 성장 속도는 육지의 숲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 나는데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그게 어디로 저장되는지를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며 “이게 입증될 경우 바다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블루카본 흡수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종 데이터를 얻는 방법을 기자에게 설명했으나 사실 비(非)전문가가 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다만 중요한 건 그동안 연구 결과가 내달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 교수는 “바다숲이 어느 정도 탄소를 흡수하는지, 어떤 형태로 다시 배출하고 저장하는지를 기록한 첫 논문이 9월에 나올 것 같다”며 “논문이 나오면 이 사업의 정당성과 블루카본으로 인정받는 첫 번째 단추를 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교수가 연구한 결과 바다숲 1ha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최소 1t이 넘는다. 많게는 2~3t에 달한다. 지난 10년 간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조성한 바다숲 전체 면적 약 2만6644ha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다숲 약 2만5000ha를 합치면 최소 연간 5만t, 최대 15만t 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2050년까지 블루카본으로 흡수하는 탄소 목표량이 136만2000t이니 수치상으론 이를 뛰어 넘는다.


이기택 포항공과대학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 바다숲 사업지에 설치한 시설에서 수집한 연구 자료를 분석 중이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이 교수는 “기존 블루카본은 퇴적물로 저장되는 탄소에 중점을 둬 염습지와 맹그로브, 해초지만 인정하고 있고 함석이나 바위 등에 서식하는 해조류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라며 “2050 블루카본 목표흡수량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는 숨어 있는 해양 탄소흡수원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계적 흐름도 바다숲 사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전 세계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인데, 이 교수에 따르면 육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탄소량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국제연구기관과 단체들이 블루카본에 대한 사업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큰 관심을 두고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확대된 연안생태계 블루카본이 국제협약상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우리가 가장 선도하고 있는 바다숲 사업의 탄소흡수력만 입증한다면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에 상당한 이바지를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뤄져 바다숲과 같은 블루카본의 연안 생태계 역할과 중요성을 일반 국민에게 더욱 많이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관심과 연안 생태계 보호 필요성 인식을 이끌어 내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조성한 바다숲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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