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우려에 “신청 심사 강화”
세부 기준 비공개·신규대출 조정 제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줄여주는 새출발기금 시행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도 발표 이후 보유한 빚을 한꺼번에 90% 탕감받을 수 있다거나 고의 연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란이 식지 않자 적극 해명에 나서는 모습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 중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부담 경감을 위한 새출발기금 신청 접수가 진행된다.
추진 방안에 따르면 신청 대상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금융권에서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지원을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 또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이다.
이 중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는 원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부실우려차주’ 중 30~90일 사이 연체자는 3~4%로 금리 감면을 받을 수 있고 30일 내 연체자는 9%가 넘는 금리분에 대해서만 9%로 금리로 조정받을 수 있다.
이날 금융위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채무조정 신청자들에게 질적 심사를 실시해 신청 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 연체한 차주나 고액 자산가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를 걸러내겠다는 계획이다.
또 채무조정 이후에도 허위서류 제출과 고의 연체 등이 발견되면 즉시 채무조정을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을 금지한다.
부실우려차주 세부 기준을 밝히지 않은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부실우려차주는 ▲폐업자나 6개월 이상 휴업자 ▲추가 만기연장이 어려운 차주 ▲신용정보관리대상에 등재된 차주 ▲신용평점 하위차주 ▲고의성 없이 상당기간 연체가 발생한 차주 등이다. 금융당국은 기준이 되는 신용평점과 상당한 연체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기준점을 공개하면 본인 점수를 맞춰서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지원 대상을 넓히면 사각지대는 없어지겠지만 대상이 안 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맹점도 있어 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무조정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대출을 더 받는 것을 방지할 방침이다. 부실취약차주의 경우 대출 취급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규대출은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부실차주는 6개월 이내 신규대출이 총채무액의 30% 초과 시 조정이 불가능하다.
새출발기금 신청도 1번으로 제한한다. 고의적·반복적 신청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가 적극 도덕적 해이 방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달 14일 정부의 민생안정대책이 발표된 이후부터 ‘빚 탕감’ 논란이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최대 90%까지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영끌족과 가상자산 투자실패자들을 위한 대책이며 고의로 대출을 연체하는 차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적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지난달 18일 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지난 4일 “출발기금은 기존에 있는 신용 회복 지원 프로그램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원금 감면 대상에 대해서도 빚 90% 감면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한해 적용된다고 재차 언급했다. 원금 조정도 자산을 넘는 부채에 대해서만 60~80%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원금을 감면받은 이들은 패널티도 부과돼 고의 대출 연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가 신용정보원에 등록되는데 이 기간 중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 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