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3사 격전지 된 ‘와인사업’에 SK그룹 가세…수입업체 ‘긴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9.05 07:19  수정 2022.09.04 21:06

SK그룹, 10년 전 철수한 와인사업 다시 뛰어들어

롯데·신세계·현대 ‘와인’ 시장 삼각구도 경쟁 균열

금양인터·나라셀라 등 긴장…“상장 추진에 속도”

서울 용산구 이마트 와인 매장에서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의 모습.ⓒ뉴시스

최근 와인산업이 유통3사(현대·롯데·신세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한 가운데, 뒤늦게 SK그룹도 눈독을 들이면서 국내 와인시장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이 대거 이 시장에 뛰어든 만큼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은 내부에 와인 신사업을 준비하는 팀을 마련했다. 이들은 우선 모바일 인프라를 활용한 와인 플랫폼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SK의 와인 사업이 B2C 식음료 사업 진출의 신호탄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SK는 2008년 SK네트웍스가 주류수입업체 WS통상을 인수하면서 와인 수입·유통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와인수입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됐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의식해 이 업체를 제3자(개인)에게 매각한 바 있다.


SK의 와인 사업 재진출로 국내 와인 시장은 대기업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현재 유통 인프라와 자금력을 가진 유통 대기업은 국내 와인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백화점‧편의점‧마트 등 인프라를 활용하고 와인전문매장을 열거나 해외 와이너리를 직접 인수하는 식이다.


앞서 지난 6월 현대백화점그룹이 와인 수입·유통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신세계-롯데 양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켰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가 들여오는 와인 대부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리미엄·유기농 와인으로 알려졌다.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롯데그룹은 국내 최장수 와인브랜드 ‘마주앙’을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리뉴얼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와인 전문가들로 이뤄진 ‘프로젝트W’ 팀을 구성했고 현재 프랑스 등 해외 와이너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주류유통전문기업 신세계L&B를 통해 해외 유명 와인을 수입, 주류 전문점인 ‘와인앤모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며 생산역량을 갖춘 바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이런 전략은 와인이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와인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와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와인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유로모니터 집계 기준 2020년 1조원에서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50% 급성장했다. 연간 와인 수입액은 통계청 통계 기준 2019년 2917억원에서 2020년 3713억원으로 늘었다.


와인 소비의 증가는 코로나19 속 ‘홈술’ 열풍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홈술의 대표 주자는 맥주였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성비 와인’으로 시장 저변이 확대됐다. 여기에 소셜미디어(SNS) 인증사진 등의 문화 역시 시너지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 유통망이 넓어지고 소비층이 다양해지면서 시장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다”며 “전통 수입업체와 유통 대기업 등 경쟁사가 많아지자 살아남기 위해 소비층을 세분화 하고 제품 라인에 공을 들이는 등 업체별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 와인 매장에서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들.ⓒ뉴시스
◇ 위기의 수입업체, 자구책 마련 착수…“상장 추진” 맞불


국내 와인 수입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수입업체들은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 외형을 키우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달된 자금을 통해 다양한 와인을 수입, 판매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나라셀라와 금양인터내셔날은 IPO를 추진 중이다. 두 회사 중 먼저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은 국내 첫 와인 수입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3위 와인 수입·유통업체 나라셀라는 업계 첫 상장사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추진한 데 이어 금융 분야 고위급 전관과 해외투자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 이사회 내에 이른바 ‘기업공개(IPO) 드림팀’을 꾸리기도 했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사업 확대로 인해 금양인터내셔날과 나라셀라의 IPO 계획에 차질이 불거졌단 점이다. 두 회사는 올초 와인시장 호황을 발판 삼아 IPO를 추진키로 결정, 공모 자금을 활용해 와인 소매 시장 진출, 수입 계약 강화 등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차질을 불가피해졌다.


업계서는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로 양사 사업의 계속성, 성장성 판단에 부정적 평가가 따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기업들이 대규모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입 계약 등을 독차지할 경우 B2C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는 금양인터내셔날, 나라셀라는 타격이 적잖을 것으로 분석된다.


영세한 와인수입업체들 역시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과거 와인수입업체가 자사 오프라인매장과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납품했던 것과는 달리, 유통기업이 직접 와이너리와의 계약을 통해 물량을 수주하고 자사 유통망을 활용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어서다.


와인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 대기업이 수입을 하지 않고 자본력을 앞세워 해외 와이너리를 적극 인수하는 행보를 보일 경우 가장 큰 우려는 해외 파트너의 수입파트너 변경으로 인한 기존 판매 품목의 취급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와이너리 인수는 대기업과 같은 곳에서 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라 중소업체에서는 기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관리를 단단히 해 놓는 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수입사들의 경쟁력은 국가별 상품 구성인데, 이 마저도 갈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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