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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그인] 건강·재산·정신 피해까지…환경분쟁 해결사 ‘환경분쟁조정위’


입력 2022.09.05 07:03 수정 2022.09.04 01:4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법률·보건 등 분야별 전문 위원 30여명

대기·토양·소음 등 환경 관련 전 분야

1991년 출범, 5000여건 환경분쟁 조정

2020년 섬진강 수해 피해 최근 마무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모습.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인은 다양한 갈등 속에서 산다. 개인 대 개인, 조직 대 조직, 조직 대 개인까지 크고 작은 갈등이 끊임없이 연속된다.


환경도 때론 갈등 요소다. 대기, 수질, 토양 등 다양한 오염부터 일조 방해, 조망 저해, 빛 공해 등 수많은 이해충돌이 갈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다툼으로 번진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환경’이란 개념이 폭넓어지면서 이런 충돌은 더욱 늘어나게 마련이다.


환경 관련 분쟁은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피해 정도나 가해 수준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게 힘들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조위)는 이런 환경 관련 갈등을 조정하는 곳이다. 중조위는 1991년 제정한 ‘환경분쟁조정법’에 따라 환경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해 환경을 보전하고 국민 건강 및 재산상 피해를 구제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중조위와 별도로 광역시·도에는 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중조위가 다루는 환경피해는 ▲대기·수질·토양·해양오염 ▲소음·진동·악취 ▲자연생태계 파괴 ▲일조·통풍 방해 ▲조망 저해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지하수·하천수·진동원·지반침하로 인한 건강·재산·정신상 피해다. 사실상 환경 관련 모든 분야라 보면 된다.


중조위는 행정위원회로서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한다. 합의제 조정위원회를 통해 환경 전문지식·정보 등을 활용해 환경피해 인과관계를 직권으로 규명한다.


현재 박용규 위원장 아래 30여 명의 조정위원이 1억원을 초과하는 환경피해 분쟁을 중재한다. 1억원 이하는 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맡는다. 중조위는 개인(기업) 간 분쟁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분쟁도 조정 대상이다.


조정위원들은 법조계를 비롯해 소음·진동, 보건, 농작물, 축산, 일조, 대기, 수질,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다. 중조위는 위원장 아래 사무국을 두고 사무국 소속으로 운영지원팀과 6개 심사팀, 원스톱스비스추진단으로 구성된다.


분쟁조정 절차는 먼지 인터넷이나 방문으로 조정신청을 한다. 신청이 들어오면 중조위는 심사관을 현지 파견해 당사자 의견을 듣는다. 이후 전문가가 사실조사를 벌이고 의견서를 작성한다.


중조위는 현지조사와 당사자 의견,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조정위원회를 연다. 조정위원회에서는 당사자에 대한 심문도 진행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 중조위 의견은 조정문으로 작성돼 분쟁 조정 신청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현장 조사에 나선 중조위 위원들 모습.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중조위 조정 결정은 알선과 조정, 재정, 중재로 구분된다. 알선은 당사자 간 대화 자리를 주선해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조정은 조정위원회가 사실조사 등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고 합의를 권고한다. 이때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재정은 재정위원회가 당사자 심문, 사실조사 등을 거쳐 피해 배상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형태다. 이 또한 재정문 송달 후 60일 이내 이의 제기가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중재는 중재위원회 결정에 따르도록 당사자 간 협의를 하고, 이후 위원회 심문과 사실조사 등을 거쳐 피해 배상 여부, 배상액을 결정한다. 사실상 알선과 조정, 재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안을 최종 결정(확정판결)하는 것이다.


구제 신청부터 조사·판정까지 ‘원스톱서비스’


중조위는 199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5656건을 접수해 이 가운데 4848건을 처리(재정·조정·합의)했다. 최근 5년은 해마다 500건 가까운 분쟁을 접수·처리하고 있다.


중조위 조정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20년 8월 발생한 섬진강 하류지역 범람 피해다. 해당 사건은 정부 등 댐·하천 관리기관 배상책임을 다룬 것으로 중조위가 수해 사건을 심리한 첫 사례다. 사건 신청인만 8430명, 신청금액은 3763억5600만원에 이른다.


시·군별 평균 약 172일의 심리 기간을 거친 결과 중조위는 7733명에게 1483억57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조정된 배상금액은 신청금액의 약 39.4% 수준이다. 결정 결과에 불복한 62명의 주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7671명은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 밖에도 최근 풍력발전기 소음을 인정해 1억3800만원을 배상하게 하거나, ‘환경분쟁사건 배상액 산정기준’을 적용해 공사 중 발생한 소음 피해를 최초로 인정하는 등 환경분쟁 관련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환경오염 피해를 선제·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민 관점에서 이용이 편리하고 신속·공정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신청부터 조사·판정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구축 중이다.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환경오염, 석면 등 4개로 분산된 피해 구제 체계를 통합하고, 환경조사와 분쟁 조정, 피해 구제까지 단일 체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구제 금액 현실화도 진행 중이다. 중조위는 환경피해를 겪는 신청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배상액 산정 기준을 최근 개정했다. 지난 3월 개정한 배상액 산정기준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50% 인상했다. 중조위는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배상 금액을 현실화할 예정이다.


중조위는 “최근 환경분쟁 유형이 다양해지고 분쟁당사자 구조가 점차 복잡해지는 등 환경문제가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어 중조위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앞으로도 배상 대상 확대, 조정 결과 법적 효력 강화, 전문가 참여 확대 등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중조위 위상과 역할을 높이고 국민 안정적인 삶과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용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복잡해지는 환경분쟁…중조위 역할, 방식도 달라져야”


[인터뷰] 박용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중조위 설립 이후 지난 30년간 소송 이외의 방법으로 환경피해 분쟁을 해결하는 대안적 제도로서 여타 갈등을 조정하는 기관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분쟁조정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제20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으로 취임한 박용규 전 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중조위 기능과 역할에 대해 “소송 이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 가운데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박 위원장이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1991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4848건의 분쟁을 처리하면서 쌓은 경험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중조위 결정으로 효력이 확정된 사건 206건 가운데 95.1%(196건)에 대해 당사자가 결과에 승복한 사실은 중조위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소송 당사자들의 중재자(기관)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해야 한다. 중재 기관을 믿지 않으면 그 결과도 당연히 인정하기 어렵다. 소송 당사자들의 95.1%가 결과에 승복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조위가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한 결론을 이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분쟁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분쟁당사자 구조가 점차 복잡해지는 등 환경문제가 고도화되고 있다. 이에 걸맞은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피해 유형을 발굴해 법률을 개정하고 연구를 통해 배상기준을 마련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 위원장은 중조위가 중재 기관으로서 높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 제도와 수많은 환경피해 유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문제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결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우선 피해 구제 절차와 방법이 더욱 쉬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경유해인자에 따라 구제제도 접수와 처리 기관이 조금씩 다르다. 구제급여, 석면 피해, 살생물질 피해 구제 접수·처리는 환경부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한다. 반면 환경분쟁조정 사건은 중조위에서 한다.


이처럼 환경피해 유형에 따라 처리 기관이 달라지면서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입장에서는 사건 접수부터 최종 피해 판정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박 위원장은 “현재 분산된 환경피해 구제제도에 대해 신청·접수부터 조사·판정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30년간 환경피해 분쟁 해결 기관으로서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관계기관별 산재한 환경피해 구제업무를 통합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조위는 앞으로 환경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환경분쟁조정제도를 이용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환경오염피해지역을 직접 찾아가 분쟁조정 제도를 안내하고 TV와 같은 매체를 활용해 홍보도 강화한다. 국민만족도 조사를 통해 중조위 운영에 미흡한 점도 살필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환경분쟁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불가피하게 환경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사자 간 원활한 소통으로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합의가 어려울 때 중조위를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도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중조위는 기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환경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더불어 현재 중조위가 처한 여건과 시대적 사명을 냉철하게 진단해 앞으로 환경분쟁을 해결하는 전문기관으로서 발전 방향도 깊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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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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