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388원도 돌파, 13년만
수출 둔화에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스태그플레이션 공포...ING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 고환율과 무역수지 적자 심화로 올해 하반기 우리 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당분간 물가상승률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3년만에 138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위기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지속 상승하며 장중 한때 1388.4원까지 터치하며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장중 1388원을 넘긴 것은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13년5개월만에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강력한 긴축기조에 따른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결정적 원인이지만, 상대적으로 원화 하락이 급격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6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은 2.5%로 엔화(-1.9%), 위안화(-0.7%), 유로화(-0.7%)보다 높았다. 한은과 정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환율 상승 폭 자체는 외환위기 때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썬 원화 가치 하락을 막을만한 요인이 부재하다는 것이 우려스런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위안화 등도 약세를 보이며 이같은 공식은 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기여도는 낮아지고 수입물가 압력은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 영향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로 흑자를 달성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흑자 감소폭이 66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특히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10년여만에 적자로 돌아선 까닭이다. 8월에는 에너지 수입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심화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경제 펀더멘탈에 악영향을 끼치고, 대외 신인도도 하락할 수 있다. 달러 선호 심리가 더욱 강세를 보이며,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연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다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처음이다.
높은 물가 오름세 속에 경상수지마저 삐걱거리면서 내수가 위축될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8월 들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오르며, 7월(6.3%)보다 상승폭이 꺾였으나 당분간 고물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2.6%다.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지난 1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 관련 브리핑에서 “올해 남은 3분기와 4분기에 0.1~0.2%(전분기 대비)씩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출 둔화폭이 확대되면서 0%초반대의 경제성장률 달성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NG은행은 지난 5일 한국의 올해 GDP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며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이로인한 교역 조건 악화, 계속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 비용 증가로 가계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치인 3.59%를 상회했다”며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화대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