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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비핵화 없다"는 김정은의 '유일한 협상조건'은?


입력 2022.09.09 11:01 수정 2022.09.09 11:0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우리 핵정책 바뀌려면

한반도 정치군사적 환경 변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 의지를 재확인하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에둘러 언급해온 핵독트린을 법제화해 대내외에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이틀째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미국이 조성해놓은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하에서, 더욱이 핵 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백날, 천날, 십년, 백년 제재를 가해보라"며 "우리 인민은 미 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설교와 궤변과 제재 압박, 군사적 위협에 못 이겨 잘못된 선택으로 비참한 말로를 걷고 비극적인 마감을 맞은 20세기·21세기의 수많은 역사의 사건들을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고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강조했다.


선제적 비핵화를 전제하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지만,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현상 변경'이 담보되는 협상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는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해 요구했던 주한미군 철수와도 궤를 같이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해 8월 10일 담화에서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핵독트린 법제화…지난 4월 김정은·김여정 밝힌 입장 재확인


한편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독트린 법제화에 나서기도 했다.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4월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핵무기의 △'기본 사명'은 전쟁 억제라는 점 △'둘째 사명', 즉 핵사용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주목할 대목은 지난 4월에는 핵사용 근거가 '근본이익 침해'라는 모호성을 띠었지만, 이번에는 5가지 조건으로 비교적 구체화됐다는 점이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에 핵사용이 가능토록 규정돼있어, 모호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핵사용 조건'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 지도부와 국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 총 5가지다.


다만 핵무력이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고 밝히며 핵사용 권한이 일선 부대에 이양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이날 연설에서 "전술핵 운용공간을 부단히 확장하고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더 높은 단계에서 실현하여 핵전투 태세를 백방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전술핵 관련 "실무적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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