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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리와인드(51)] ‘멘탈코치 제갈길’ 김반디 작가, 현실에 날리는 ‘유쾌한’ 한 방


입력 2022.09.21 14:35 수정 2022.09.21 14:3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교육 현실 다룬 ‘앵그리맘’·갑질 문제 들춘 ‘조장풍’ 이어

스포츠 이야기로 돌아온 김반디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KBS 단막극 ‘드라마시티-당신이 머무는 자리’를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김반디 작가는 2015년 MBC 드라마 ‘앵그리맘’으로 본격 장편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한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가 다시 고등학생이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김 작가는 이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통해선 공무원 조진갑의 악덕 사업주 응징기를 통해 통쾌함을 선사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에서도 김 작가 특유의 유쾌, 통쾌함이 드라마의 매력이 되고 있다. 멘탈 코치가 돼 돌아온 국가대표 또라이가 선수들을 치유하며, 불의에 맞서 싸우는 스포츠 활극. 2%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지만, 비리가 만연한 스포츠계의 현실을 차근차근 반영하면서 점차 시작될 주인공들의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 교육·근로→스포츠까지, 디테일하게 반영하는 현실


김 작가의 첫 장편 드라마인 ‘앵그리맘’은 주인공 조강자는 학교 폭력 피해자인 딸 아란(김유정 분)을 위해 이름까지 바꾸며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신선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었다. 피해자-가해자 관계를 통해 드러내곤 했던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앵그리맘’의 새로운 설정을 통해서 어떻게 전달될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조강자가 마주한 현실은 더욱 심각했다. 학교 폭력은 물론, 원조교제, 성폭행, 사학비리 등 한국의 교육 문제와 함께 기득권의 추악한 민낯까지 들추며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이게 학교 맞아?’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심각한 내용들이 이어졌지만, 학교 교육이 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지 그 구조적인 문제를 점차 드러내면서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고등학생이 된 조강자의 판타지적인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물론 있었지만, 불편할 만큼 어두운 이야기들도 과감하게 담아내면서 드라마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근로감독관을 전면으로 내세워 한국의 노동 현실을 들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역시도 ‘앵그리맘’처럼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 악덕 고용주 구대길(오대환 분)을 비롯해 재벌 3세 양태수(이상이 분), 그리고 마지막 응징 대상이었던 국회의원 양인태(전국환 분)까지. 갑질 문제를 제대로 파고들면서 한국의 노동 현실을 브라운관 위에 펼쳐냈었다.


‘스포츠 활극’이라고 설명된 ‘멘탈코치 제갈길’ 역시도 김 작가의 이러한 장점들이 빛나는 작품이다. 사고를 저질러 태권도 국가대표에서 영구 제명됐던 제갈길이 대표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멘탈코치로 선수촌에 입성하면서, 그가 선수들 및 시청자들에게 건넬 위로도 관전 포인트지만, 동시에 폭력, 비리 등 스포츠계에 만연한 문제점들을 들춰내고 있는 것. 이를 통해 ‘멘탈코치 제갈길’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고, 또 이 과정에서 어떤 시원한 반격이 펼쳐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놓치지 않는 유쾌함…후반부 더욱 커지는 쾌감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만큼, 김 작가의 작품들이 담는 메시지는 다소 무겁다. 다만 후반부 평범한 주인공들이 선사하는 반격을 통해 쾌감을 선사하면서 대중성도 놓치지 않는다.


‘앵그리맘’에서는 다소 무모해 보였던 조강자의 정면돌파가 결국 조금씩 균열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그를 좋아하게 된 고복동(지수 분)을 비롯해 조강자의 용기에 점차 힘을 보태기 시작하는 주변인들이 연대를 하면서, 거대 권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시원함과 뭉클함이 동시에 느껴졌던 것.


평범한 공무원이 각성해 갑질 기업인과 정치인들을 응징하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을 단번에 뒤집지는 못할지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끌어내는 변화를 지켜보는 흥미가 있었다.


아직은 스포츠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며 무겁게 시작하고 있는 ‘멘탈코치 제갈길’이지만, 전작들 못지않게 당차고, 매력적인 제갈길과 차가을(이유미 분)이 어떤 반전을 써 내려갈지 궁금해진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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