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장시간 오류가 난 카카오톡 서비스가 16일 오전 2시를 넘어 일부 복구된 가운데 해당 시간대에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이 무작위로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고 있다. 멀티프로필은 특정 사람들에게 특정 사진을 설정해 보여줄 수 있는 기능으로, 사진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타인에게 사생활이 알려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날 새벽 2시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이 일부 복구됐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10시간 넘게 먹통이었던 카카오톡이 일단 모바일에서 메시지 송수신이 가능해진 것. 그런데 같은 시간 "다른 사람들 멀티프로필이 풀린 것 같다"며 우려하는 글이 SNS에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를 가장 문제 삼은 곳은 불륜 커뮤니티였다.
한 불륜 커뮤니티 회원은 이날 오전 "ㄱㄴ(기남‧기혼남성의 줄임말)하고만 하는 멀티프사 공개됐어요. 멘붕왔지만 여기에 먼저 알려요. 다들 빨리 수습하세요. 3년 아무도 모르게 ㄱㄴ 만난 ㅁㅇ(미여‧미혼여성의 줄임말)인데 저 멀티 걸려서 지금 다 들통나게 생겼어요"라고 알렸다.
일부 회원들은 "불안하신 분들은 카톡 탈퇴하세요"라며 재가입을 권유했다.
트위터 상에서도 멀티프로필, 불륜카페, 카톡사진 등이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한 트위터 유저는 "불륜 카페에서 불륜자들끼리 웨딩사진을 찍은 후 멀티프로필 해놓고 스릴 즐기는 거 한 때 난리였다"며 "이러니 멀티프로필 터지니까 아찔하겠다"라고 사진 한 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에 따르면 불륜 중인 여성이 "ㄱㄴ이랑 세미웨딩, 제가 찍자고 해서 찍었어요. 제 폰 배경이랑 ㄱㄴ멀티프사로. 어차피 나중에 같이 산다해도 결혼식을 못할 거 같기도 하고 가장 젊을 때 사진 찍었어요"라고 적으며 불륜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멀티프로필 삭제가 안 된다"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진 보여질까봐 걱정된다" "멀티프로필 공개되면 이제 회사 못 다닌다"라며 불안을 드러냈다.
사회적 성 소수자들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아웃팅'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 측은 16일 재발방지 대책 강화 방침을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이날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절반에 가까운 1만2000여개 정도의 서버가 복구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완전 복구 시기를 두고서는 "전원 공급에 따른 완전 복구 시간이 언제가 될지는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워스트 케이스(최악의 경우)까지 기술적 방안을 검토하겠다. 워스트 케이스를 통해 관계 부처 및 고객사와 함께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