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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리포트①] “한국의 ‘멋지고 강한’ 배우들은 이렇다”를 보여준 ‘수리남’


입력 2022.10.17 09:51 수정 2022.10.21 07:15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조우진, 이번에도 다양한 변신으로 시청자 사로잡아

황정민·하정우, "또 비슷한 연기" 평가를 "역시"로 바꿔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 무게 있는 에너지 또 표출

<편집자 주> OTT 작품들에 대해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화제가 된 OTT 작품일 수도 있고, 다소 아쉬운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볼만한 OTT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배우를, 연출을, 스토리를, 단역을 각각 이야기할 때도 있고, 함께 다룰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굉장히 많이 포함됐습니다.


<반전 인물 ‘한 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유명준 : ‘수리남’ 여전히 호평이긴 호평이더라고요. 이런 종류 잘 안 보던 사람들도 좋은 평을 하니.


홍종선 : 맞아, 나도 마약물 그다지 별로라 그 재미있다는 ‘나르코스’도 보다가 중도 포기했는데 ‘수리남’은 시간 순삭, 정주행.


유명준 : 일단 마약 영화라는 인식이 안 떠올랐죠. 시리즈 보면서 ‘강인구의 인생 이야기?’ 그런 느낌.


홍종선 : 맞아, 송강호의 영화 ‘우아한 세계’의 ‘하정우 판’같은 느낌. ‘아빠들, 부모들의 밥벌이가 이렇게 험하단다’라는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유명준 : 밥벌이 ^^. 그렇죠. 하정우가 계속 ‘처자식 먹여 살리는’ 듯한 뉘앙스의 대사를 많이 해서. 가장이 슈퍼맨이 될 수 있는 동력.


류지윤 :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각자 다들 잘하는 연출과 연기를 보여주다 보니 거슬림 없이 봤고 또 6부작으로 짧고 빠르게 이야기 보여준 것도 좋았고요.


유명준 : 6부작으로 한 거. 이건 정말 잘한 듯. 좀 더 길었으면 늘어졌을 텐데, 6부작은 짧고 굵게 끝난 느낌.


홍종선 : 맞아, 원래 CJ는 10부작을 원했는데 윤종빈 감독의 6부 결단이 신의 한 수.


유명준 : 원래 10부작었다고요? 아 늘어졌을 듯. 중간 중간 반전이 있는 시리즈인데, 그걸 10부작으로 갔으면 오히려 헉헉 댔을 듯 싶네요.


홍종선 : 윤 감독은 8부로 대본을 썼고, CJ는 10부작으로 늘리자 하고 윤 감독은 되레 6부작으로. 넷플릭스로 넘어오기 전 얘기입니다.


유명준 : 일단 조우진이 국정원 요원이라고 밝혔을 때가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데, 이후 조금 긴장감 떨어지는 상황에서 10부작이면 힘이 떨어졌을 듯요.


류지윤 : 네 그리고 보는 사람도 이제 10부작은 부담스러워요.


홍종선 : 하정우 아닌 다른 배우라면 강인구의 선택 하나하나의 심리적 배경과 동인을 설명하느라 10부작 혹은 그 이상 16부작이 필요했겠으나 믿고 보는 배우들이니 6부에도 유 부장이 말한 가장이 슈퍼맨이 되는 동력을 시청자가 느낄 수 있게 된 거죠. 기사 맨 앞에 스포 있음 넣어야겠네요. “김희원입니다” 벌써 얘기 나왔으니. ^^


류지윤 : ^^ 정말 그 때 쾌감 짜릿.


ⓒ넷플릭스

유명준 :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꾸니. 사실 ‘수리남’에서 가장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은 사람이 조우진.


류지윤 : 저도요! 어쩜 그렇게 매번 캐릭터들을 잘 만들어내시는지. 중국어 연습은 또 얼마나 연습했겠어요.


홍종선 : 와와와!!! 어떻게 같은 한국말인데 연변족 어투에서 대한민국어로 바뀐다고 갑자기 똑같은 옷과 헤어스타일, 문신이 달라 보이는지! 갓우진!


유명준 : 맞아요. ‘불량 문신’이 ‘홍대 문신’으로 바뀌는 순간.


홍종선 : ^^ ‘홍대 문신’. 캐릭터 천재, 조우진!


류지윤 : 양아치에서 갑자기 “김희원입니다” 하는 동시에 공무원으로 보이는 매직


유명준 : 사실 ‘발신제한’에서 살짝 뭔가 아쉬움이 느껴졌는데, 바로 ‘킹메이커’와 ‘외계인’에서 변화를 주고 ‘수리남’에서 딱 “나 조우진이야”를 보여준 느낌이요.


홍종선 : ‘발신제한’은 감독님이 해운대에서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산으로 갔죠. 조우진이니 그만큼이나마 살린 것. 당시 영화는 욕해도 조우진 연기에는 엄지들을 세우심 관객들.


류지윤 : 저는 ‘발신제한’도 좋았는데. 조우진 연기로 약간 헐거운 ‘발신제한’이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었다는 느낌?


홍종선 : 동의!


류지윤 : 유튜브에 조우진 시점 영상도 나왔어요.


홍종선 : 어머! 근데 그 정도로 안 돼. 스핀오프를 만들어 주세요. ^^ ‘킹덤 외전’보다 100배 재미있을 것!


유명준 : 조우진은 ‘외계인’도 외전 대상이더니. ^^


홍종선 : ^^ 따로 기사도 썼지만, 조우진은 외전 부르는 배우! 그만큼 오래 더 보고 싶은 거지. 실망 제로 배우.


홍종선 : 다른 배우들은 어떠셨나요?


유명준 : 실망한 배우로는 유연석. 교포 변호사인데, 뭔가 교포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게를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애매한 포지션이었어요.


홍종선 : 그래도 유연석, 데이빗 박을 살린 게 있다면 그를 강인구 지키는 언더커버로 오해한 점. 많은 분이 데이빗 박인 줄 알다가 변기태라서 화들짝. ^^


유명준 : 아 전 그것도 안 느껴졌어요.


류지윤 : 저는 데이빗 캐릭터에 조금 더 날티가 나면 더 재미있었겠다 싶긴 했어요. 그래도 거슬리지 않게 봐서 이번에 딱히 실망한 배우는 없었어요.


홍종선 : 나는 갈라스인 줄 알았다는. 강인구 감옥부터 있었기에.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줄. 국정원이 반전을 노리며 흑인 언더커버를 넣었구나 상상. ^^


유명준 : 아 맞아요. 저도 갈라스.


홍종선 : 저는 데이빗 박이 좀 더 전문적여 보이면 어떨까 했어요. 근데 돈을 엄청 밝히는 거지. 그러니 돈밖에 모르는 전요한 아래서 일하고.


류지윤 : 저는 사실 변기태 의심했어요. ^^ 조우진을 그렇게 평면적으로 소비할 리 없다고 확신했거든요.


홍종선 : 오! 지윤.


유명준 : 난 변기태가 국정원 요원이 아닌 전요환에게 뭔가 반기를 들고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을. 즉 장첸과 모의 하거나 아예 조직 자체를 먹으려는 사람? 너무 굽신대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홍종선 : 시청자가 확신하지만 또 조우진이 변기태 연기를 너무 잘하니까 반전 눈치 못 채게 한 게. 조우진의 대단함인 거죠. 앗 또 조우진 칭찬. ^^


류지윤 : ‘수리남’은 ‘기승전조우진’이네요. ^^


ⓒ넷플릭스

유명준 : 사실 하정우와 황정민은 딱 자기 연기를 했어요. 하정우다운, 황정민다운, 그런데 조우진의 또다시 의외의 연기라 계속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류지윤 : 맞아요!


홍종선 : 조우진 대비 완전 새로움을 보여주기엔 불리한 위치죠, 하정우나 황정민이나. 우리가 많이 봐온 톱스타이기도 하고 주연이기도 하고. 주연에게는 작품 전체를 받치는 아틀라스 같은 책무가 주어지니까요.


유명준 : SNS에서는 “어 황정민과 하정우 또 똑같은 연기 하겠지. 그런데 역시 잘하네. 보게 되네”라는 식의 짤이 돌더라고요. 딱 그들의 연기. 그런데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


홍종선 : 그래도 저는 그동안 하정우 배우가 내 캐릭터 돋보이는 것보다 작품, 작품보다 관객을 먼저 생각하는 연기 철학은 좋은데 그래도 조금은 더 앞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매력이 얼마나 많은 배우인데 자꾸 다른 조연 배우들에게 양보하나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수리남’이라는 작품을 굴리면서도 강인구도 하정우도 빛나게 연기한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같은 걸로 또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님. ^^ 그런데 황정민 배우 세밀하게 달랐는데. 저는 이번에 연기 굉장히 온도조절하며 용암 배출해서 좋던데요.


유명준 : 그렇죠. 그래도 역시 초반에는 다른 역도 보이더라고요. 황정민은 아수라 느낌도 나고. 같은 느낌인데도 다른 연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


홍종선 : 진짜 첫 등장부터 아우라 있던데. ^^ 마약왕 캐릭터인 줄 알고 보는데도 목사님 분위기 물씬.


류지윤 : 저도 아수라가 아무래도 생각나긴 하더라고요. ^^ 근데 잘하는 걸 더 잘해 보이겠다고 하는 사람들한테 딱히 걸 태클도 없긴 해요.


홍종선 : 제 지인이 하정우 너무 멋있더라고, 아! 이게 하정우지, 하정우식 연기지. ‘오랜만에 보니 너무 좋다’ 했대요. 또 넷플릭스 공식 인터뷰 영상 보고는, ‘배우에게 웬만해서 심쿵 안 하는데 오랜만에 심쿵했다’고 하더라고요. 섹시한 이탈리아 남자 느낌 살아났다고. ^^ 저는 이렇게 좀 세련된 연기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무보다 숲을 보는 연기. 막 눈 부라리고 소리 지르고 살 쫙 빼고 막 이러는 것 보다요.


류지윤 : 커뮤니티에서 인터뷰 워딩이 장난스러워서 많이 까이더라고요 안타깝. ^^ 실제로 뉘앙스나 행간들 들으면 그렇게까지 고깝게 생각은 안할 것 같은데.


유명준 : 인터뷰 워딩?


ⓒ넷플릭스

홍종선 : 진짜? 인터뷰 워딩 어떤 것이었을까. 하정우식 유머가 있기에 강인구라는 캐릭터도 탄생한 건데.


류지윤 : 그냥 인터뷰 기사에 하정우식 유머들 있잖아요. 하정우식 유머에 맨날 지고 마는 ‘사람=저’


홍종선 : 사람마다 유머도 취향이 있지. 그럼 그럼. 난 그 유머가 좋던데. 조식 챙겨 드시고,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오나 등등. 나도 지는 1인이지. ^^ 집중해서 ‘수리남’ 보다가 그런 대목에선 낄낄 깔깔.


유명준 : 그런데 ‘수리남’에서도 사실 강인구는 진지하거나 이런 모습보다는 유머러스한 모습이 더 많이 보이던데. 유연석은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 하긴 하는데, 그에 못 미치고.


홍종선 : 강인구가 진지하려면 김명민 배우에게 맡겼겠죠. 이 긴박한 위기 상황, 민간인이 마약왕 잡는 배포에 유머가 곁들여져야 임기응변도 한몫했구나 싶지 않나. 실제 인물 K씨 사연 보니까 시청자가 ‘에이 드라마라고 너무 하네’ 할까봐 윤 감독이 많이 순화해서 강인구 스토리를 구축하셨던데.


류지윤 : 솔직히 출연 배우들 모두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수리남’ 공개 전에 약간. ^^ 해외 시청자들한테 ‘우리 이런 배우들도 있는데 몰랐지?’ 이런 기대감도 있었어요. ^^ 너무 ‘오겜’이나 ‘지옥’ 등 넷플 오리지널 위주 출연 배우들이 쎈데 그 배우들보다 더 쎈 사람 있지롱.


홍종선 : 나도 지윤과 딱 같은 생각. 니들이 황정민을 알어? 하정우를 알어? 조우진을 알어? 이런 느낌. 오겜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둥.


유명준 : 그렇죠. 우리야 그들의 연기를 많이 봤기에 ‘아 황정민 연기’하겠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느낌일 테니까요.


홍종선 : 아마 ‘올드보이’ 최민식 이후에 한국배우들에 대해 새롭게 발견해 가는 지구촌 시청자들일 겁니다.


류지윤 : 아무튼 여러모로 오랜만에 K부심 느끼게 해준 ‘수리남’.


홍종선 : 맞아 부심이 느껴졌어요. ‘오겜’이 잘돼서 너무 좋지만, 뭔가 더 밀도 꽉 찬 작품을 후속으로 내놓은 느낌이랄까. 싸이 이후 방탄소년단 나온 느낌. ^^


유명준 : 아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와 정말 잘 맞는 듯.


류지윤 : 그런 동료 있다는 거 너무 부러워요~! 같이 만들고 해내고. ^^


홍종선 :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의 작업이라 감독 윤종빈-배우 하정우의 작업은 기대가 돼요. 윤종빈 감독이 선견지명이 있었다 싶어요. 하정우 배우(당시 김성훈) 가정형편 어려워졌을 때, 자취방에 재우고 데뷔작 함께 하자 하고. 서로 잘 커가고 있는 드문 예.


류지윤 : 아 저 아쉬운 거 하나 생각났어요.


홍종선 : 어, 말해 보오.


류지윤 : 상준 역의 김민귀. 데이트폭력으로 지난해 논란된 배우.


홍종선 : 많이 편집됐다지. 그런 표 나지 않게 편집 매끄럽게 잘한.


류지윤 : 더 편집됐으면 좋았을 걸.


유명준 : 비중이 높아서 편집해도 사실 그 티가 안 났죠.


홍종선 : 황정민 옆에 조우진과 딱 붙어 있으니. ‘최최최대한’ 덜어낸 결과가 이것일 것. 데이트폭력, 이별살인. 정말 너무 무서운 세상.


류지윤 : 그냥 나온 거까지 그래 어쩔 수 없다 치는데, 이 틈을 타서 보도자료 보내고 인터뷰 보내고. 이런 게 좀 거부감 들었어요.


홍종선 : 맞아. 보도자료 나와서 ‘깜놀’함. 지금은 자숙이 답이었는데. 보도자료나 기사 보며 다시금 떠오름.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그 사람과 예쁘게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인 듯. 다른 이야기. 20대 지인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작이라고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명준 : 현재까지 나온 한국 작품 중에서는 ‘오겜’과 더불이 1,2위 다툴 만 합니다.


류지윤 : 아 저는 ‘지옥’과 1위, 2위 다툽니다. ^^


유명준 : ‘지옥’? 의외군.


류지윤 : 전 ‘지옥’ 디스토피아 너무 사랑해요.


홍종선 : 바로 에미상 골든글로브 어렵겠지만 이미 ‘오겜’이 합 7개나 받은 터라. 저는 설사 상 못 받아도 시기의 미묘한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류지윤 : 저는 오징어 게임보단 ‘수리남’입니다. ^^


홍종선 : ‘오겜’과 ‘지옥’ 중에 고르라면 음. 저는 개취로 ‘수리남’이 압도적 1위.


ⓒ넷플릭스

유명준 : 박해수는 또 시상식에 나가나요? ^^


홍종선 :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 우리 상만이형. ‘식사는 잡쉈어?’ 대사 하나도 정교한. 어법에 맞게 하자면 ‘아침 잡쉈어?’ ‘진지 잡쉈어?’ ‘식사하셨어?’ 라고 해야겠지만. 국정원 표나지 않게. ^^ 말이나 어투나 완전 입에 착착 붙게.


류지윤 : 저는 사실 박해수 배우 연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번에 보고 왜 다들 박해수를 캐스팅하려고 하는지 알았죠! 조우진 다음으로!


유명준 : ‘잡쉅어?’ 이 느낌은 양자물리학 때의 건들거림과 비슷. 그런데도 진지함과 건들거림을 잘 오가는 느낌이랄까.


홍종선 : 아, 난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부터 팬이라. 몸집만 크고 어깨만 넓은 게 아니라 배우의 무게감이 좋고 에너지가 육중하잖아.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단지 에너지 크다, 뜨겁다가 아니라 무게가 있는 에너지!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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