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서비스 중단 따라 일매출 200억원 안팎 감소 예상
보상 범위 역대급 전망…’90분 장애’ KT 400억 수준 넘어설 듯
일부 이용자, 손해배상 소송 준비…카카오, 구상권 청구 가능성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서비스 중단과 피해보상 등으로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서 카카오의 향후 실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매출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SK C&C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이용자 피해 보상 후 구상권을 청구해 이번 사태가 매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중단으로 카카오의 4분기 매출이 하락할 전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카카오톡) 송수신 중단은 10시간 정도였으나 16일까지 비즈보드 광고 판매가 중단됐고 모빌리티와 선물하기, 페이지 등도 1∼2일 분량의 매출이 발생하지 못했다”며 “4분기 매출 최대 1∼2%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카카오의 대부분 서비스가 멈췄다는 점에서 카카오 국내 사업의 전체 일매출인 약 150억원 이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카카오 그룹의 실적 하락은 경쟁업체 지표를 통해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카카오 및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가 중단되자 이용자들은 경쟁업체 서비스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라인은 지난 14일 43만명에서 16일 128만명으로 이용자 수가 3배 늘었다. 텔레그램 이용자는 22만명 늘었다. 택시 호출 서비스 ‘우티’는 앱스토어에서 무료 인기 앱 2위에 올랐으며, 대리운전의 경우 티맵 일간 활성 이용자가 7배 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보상 범위가 역대급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출 수준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범위가 넓고 사흘 이상 서비스가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보상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KT 통신망 장애의 경우 90분 정도 장애가 발생했지만 KT는 소상공인 1인당 평균 7000~8000원 수준으로 총 400억원 규모의 보상을 지급한 바 있다. 2018년 4월 SK텔레콤 통신망 장애 당시에는 총 300억원 규모의 보상이, 같은 해 KT 아현국사 화재 때는 470억원의 피해보상이 이뤄졌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보다 피해 범위가 더 넓고 기간이 더 긴 점을 감안하면 보상 규모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 가운데 일부 이용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등 집단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는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 등 카카오톡 피해자들 모임 단체들이 다수 생겨난 상태다. 법무법인 LKB 파트너스 소속 신재연 변호사는 소송인단 모집 글을 통해 "화재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그러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카카오측의 과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중단, 피해보상 등으로 실적 감소가 예견되고 있으나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재무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비스 정상화 이후 SK C&C 측과 카카오 및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자 피해 보상의 경우 카카오가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4년 삼성SDS 과천센터 화재에서 피해를 본 삼성카드 등은 이용자 피해 보상 이후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삼성SDS에 수백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이에 삼성 SDS는 약 200억원을 보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이번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책임이 어느 사업자에게 더 크냐는 것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에 소홀했다는 지적과 그럼에도 우선적인 책임은 데이터센터 화재를 일으킨 SK C&C에 있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감식을 진행 중인 소방당국은 아직 사고 원인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전기실 화재로 입주사들의 임대공간 서버 전원을 모두 차단할 정도였다면 애초에 데이터센터 설계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구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완종 SK C&C 클라우드 부문장은 화재 다음날인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자체 데이터센터 내에는 비상 전원 공급 장치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전원을 차단한 이유는 화재를 진압하려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때 안전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