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로 즐기는 남산공원, 역사적으로 중요
안중근 의사 기념관부터 과거 조선신궁터까지
서울역 맞은편에 자리한 남산공원은 삭막한 도심의 풍경에 지친 이들에게 좋은 산책로다. 백범광장과 복원한 서울도성 성곽 주변에 자란 갈대는 가을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고, 이런 가을 풍경을 즐기고자 일요일 이른 아침에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남산공원은 이런 시각적 정취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 역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남산공원을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남산공원에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그리고 김구 주석과 이시영 선생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남산공원을 잠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독립운동사의 큰 줄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 동상은 1969년 서거 20주기를 맞이하여 세워졌다. 이후 이곳을 백범광장이라고 명명하였다. 1971년에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세워졌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2010년 하얼빈 의거 101주년을 기념해 현재 모습으로 신축하였다. 성재 이시영 선생 동상은 1986년에 서거 33주기를 맞이하여 세워졌다.
서울 성곽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남산공원 일대의 도성 성곽을 발굴하면서 일제가 강점 당시에 지은 조선신궁터의 일부가 발견되었다. 이때 발견된 조선신궁터는 당시 배전으로서 일본에서 신사에 방문하면 사람들이 주로 손뼉을 치며 참배하는 곳이 바로 이 배전앞이다. 일제는 1919년 조선 신궁 건립을 결정한 후 이듬해 착공하여, 1925년에 완공되었다.
지금은 빌딩으로 가려졌지만, 당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철도를 이용해 서울에 도착한 조선인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이 조선신궁이었다. 실제 일제는 조선신궁을 설계하면서 청와대가 자리한 곳 역시 검토하였으나, 총독부 신청사와 공간구성 등을 고려하여 현재 남산공원 자리로 결정하였다.
현재 조선신궁이 있던 곳은 백범광장과 안중근 기념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일제가 신사 참배를 강요하며 오르게 하던 이른바 ‘384계단’에는 도성 성곽이 복원되었다. 일제가 한반도의 지배를 지속하기 위해 건설한 조선신궁은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안중근 의사, 김구 주석, 이시영 선생께서 그 자리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까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soothhistory@nahf.or.kr